[우먼 동아일보 컬처]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남편과의 결별 후…프리다 칼로 ‘머리카락을 자른 자화상’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2-09-20 14:39수정 2012-09-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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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다 칼로 ‘머리카락을 자른 자화상’ (1940, 캔버스에 유채, 40×27.9cm, 뉴욕MOMA)

머리카락을 자르는 심리는?
스트레스가 한창이던 여고시절, 동네 이발소 앞을 얼쩡거린 적이 있습니다.
“확 들어가서 시원하게 밀어버려?”를 고민하다 결국 발걸음을 돌렸지만, 낭떠러지에 서있는 듯한 그때의 심정은 생생합니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왜 애꿎은 머리카락에 화풀이를 할까요? 아프지 않게 잘려 나가면서 심적 변화는 크기 때문일까요?
여기 이미 일을 저질러 놓고 무서우리만치 넋을 놓은 여인이 있습니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머리카락을 자른 자화상’입니다. 잘려진 머리카락이 사방에 흩어져 있고, 손에는 아직 가위가 들려 있습니다. 남자처럼 자른 머리스타일에 작심이라도 한 듯 몸에 맞지 않는 남자 양복까지 입고 있는 모습. 폭풍우가 휩쓸고 간 뒤 무섭도록 허무한 평온이 감돕니다.
그림 위쪽에는 악보와 함께 “내가 당신을 사랑했다면 그것은 당신의 머리 때문이에요. 이제 긴 머리가 없으니 난 당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요” 라는 가사가 적혀 있습니다. 아마도 남편 디에고 리베라와 결별한 뒤 처절한 상태를 표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나’ 자기 부정 후 새로운 자아 찾기
프리다 칼로는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았고, 18세 때 큰 교통사고를 통해 30번이 넘는수술을 할 만큼 평생 고통 속에서 몸부림친 인물입니다. 신체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코끼리와 비둘기의 결합’ 이라며 사람들이 반대했던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생활 역시 순탄치 못했죠. 멕시코의 유명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는 숱한 외도를 하다가 프리다의 여동생까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것이 밝혀졌으니까요.
그림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보듬어간 프리다는 이 그림처럼 자신을 부정하며 쾌감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프리다는 몸이 아파 행동이 자유롭지 못했기에 자화상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여성성을 부정한 후, 무엇이 보였을까요? 침착하게 자신을 바라보며 결국에는 그런 나를 수용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자기 부정을 통해 새로운 자아 바라보기. 힘들고 상처받지만 그렇게 ‘나’다운 것을 찾아가 봅니다. ‘긍정의 힘’을 말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지만 ‘부정의 힘’을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쩌면 사람을 원천적으로 변화시키는 건 나를 부정한 후의 결과일 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슬픔이 웃음보다 나은 것은 슬픔으로 인해 새로운 것을 깨닫기 때문”이라는 말처럼, 이 심난한 그림 속에서 나를 부정하고 또 다른 나를 바라보는 희한한 힘을 얻어 봅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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