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vs 요트… 오바마-롬니 이미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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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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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D-56

8일 미국 플로리다의 ‘게이터 덕사이드’ 스포츠 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두 손을 위아래로 쭉 뻗고 박수 치는 시늉을 했다. 이른바 ‘악어 씹기(Gator Chomp)’라는 플로리다대 미식축구팀 특유의 응원 제스처. 주말마다 시민들이 스포츠 바에 모여 대학 미식축구 경기를 즐겨 본다는 것을 아는 오바마의 유세 아이디어였다.

대선 캠페인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오바마는 맥주와 스포츠를 활용해 ‘평범남(regular guy)’ 이미지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7월 이후 오바마가 유세 중 방문한 스포츠 바는 10여 곳. 방문 지역마다 한 곳의 스포츠 바에 들른 셈이라고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0일 분석했다. 오바마는 스포츠 바에서 일반 시민들과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스포츠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오늘 경기 시작 전에 내 연설을 끝마치겠다”며 자신이 스포츠팬임을 과시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핵심 유권자층인 백인 남성들이 선호하는 맥주와 스포츠를 무시해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오바마가 할리우드 백만장자들과 어울리며 정치자금 모금에 열을 올리면서 스윙스테이트(경합 주)의 스포츠 바를 집중적으로 찾아다니는 것에 대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평범남 전략”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반면 모르몬교 신자인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술을 마시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포츠에도 별 관심이 없다. 올해 2월 인디애나의 내스카(자동차 경주대회) 경주장에 유세차 들른 롬니는 “자동차 경주 팬이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별로 팬은 아닌데 몇몇 내스카 팀의 소유주가 내 친구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평범한 미국인의 정서를 모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올해 여름휴가 땐 가족과 함께 제트스키와 요트를 타며 시간을 보내 ‘서민 스포츠’와는 거리가 먼 ‘귀족남’ 이미지를 보여줬다.

한편 10일 워싱턴포스트-A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당대회 직후 오바마가 5%포인트까지 앞섰던 두 후보 간 지지율이 오바마 49% 대 롬니 48%로 다시 팽팽한 접전 양상으로 돌아섰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미국 대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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