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컬처]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금지된 키스…에곤 실레 ‘추기경과 수녀’ 뒷얘기!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2-09-11 17:15수정 2012-09-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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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레 ‘추기경과 수녀’ (1912, 캔버스에 유채, 70☓80cm, 개인소장) ▲ 클림트 ‘키스’

“어? 이 그림, 어디서 본 듯한데?”
친숙하면서도 파격적인 이 그림, 에곤 실레의 ‘추기경과 수녀’입니다. 무릎을 꿇은 남녀가 키스하려는 장면을 보니 클림트의 ‘키스’가 바로 떠오르네요. 그런데, 몽환적이고 에로틱한 남녀 대신 금욕생활을 하는 추기경과 수녀가 저런 포즈로 등장하니 눈을 어디다 둬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추기경과 수녀의 표정을 보세요.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이 역력합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점점 빠져드는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죠? 표정도 표정이지만 주홍과 암청색의 강한 대비 때문에 더욱 더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러고 보니 90년대 초, 이 작품을 패러디한 베네통의 ‘사제와 수녀의 키스’ 광고도 기억이 나네요.

숨겨진 욕망 들춰보기

성적 욕망과 내적 고뇌를 고통스럽게 표현한 에곤 실레.
튀는 재능을 가진 그가 미술학교의 뻔한 커리큘럼에 고루함을 느낀 건 당연했겠죠? 그래서 미술학교 대신 관능적인 작품으로 자신을 매료시킨 클림트를 찾아갔습니다.
실레는 “제가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까?” 물었고, 클림트는 “지나칠 정도로 많다”고 대답했어요. 이때부터 실레에게 클림트는 스승이자 친구가 되었죠.
실레가 “제 스케치 몇 장을 드릴 테니 당신의 스케치 한 장을 주십시오.”라고 하면, 클림트는 “당신의 스케치 실력이 나보다 낫다”면서 실레의 그림을 사주기도 했고, 후원자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클림트보다 28세나 어렸던 실레는 클림트가 사망했을 때 그의 마지막 모습을 스케치로 남기기도 했죠. 하지만, 실레 역시 클림트와 같은 해 스페인 독감에 걸려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실레는 클림트의 영향을 받았지만 감출 수 없는 재능으로 그만의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클림트의 그림에는 공격성이 없지만, 실레의 작품 속 주인공은 “뭘 봐?” 하며 뚫어져라 쏘아봅니다.
뻔뻔하게 작품 밖을 바라보는 주인공은 날카롭고 불안한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세상을 향해 예술로 반항했던 에곤 실레의 눈빛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요?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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