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10시, 우린 12시도 OK” 공부방 기승

동아일보 입력 2012-08-16 03:00수정 2012-08-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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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 맞춤형 교육(1∼3명) 영어공부방. ×× 아파트. 전화번호 ***-****’ ‘○○ 공부방, 밤 12시까지 수업 가능합니다’.

주택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부방’ 광고 전단 내용이다. 학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관련 조항이 없어 교육당국의 규제를 교묘히 피해가며 성업 중이다.

○ 공부방은 10시 이후까지도 가능


“공부방 열려고 하는데요. 교습비 제한 안 받는 게 정말인가요?” “공부방도 교습비 조정 대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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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과 교습소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는 네이버의 모 카페에는 이 같은 공부방 관련 글이 최근 부쩍 늘었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A 씨는 “학원이나 교습소를 차리려다 규제가 많아 공부방으로 틀었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의 아파트에서 공부방을 운영하는 B 씨는 “도보로 2분 거리에 초중고교가 있고 아파트도 있어 광고를 하지 않아도 문의가 많다”는 글을 네이버 카페에 남겼다.

학부모에게도 인기다. 서울 강남에 사는 C 씨는 “공부방은 밤 10시 넘어서까지 가르치니까 학교가 끝난 후에도 아이들을 보낼 수 있다. 또 함께 공부하는 인원이 적어 좋다”고 말했다.

공부방은 과외와 교습소와 학원의 특성을 조금씩 갖췄다. 실제로 교육청에는 개인과외교습자로 신고한다. 개인과외는 교습자가 학생의 집을 찾아가고, 공부방은 아파트나 빌라나 개인주택 등으로 학생을 부른다는 점이 다르다.

학생 수만 놓고 보면 공부방은 9명 이하로 교습소와 비슷하지만 가르치는 과목 수에 제한이 없다. 교습소는 신고 내용에 따라 1명이 1과목만 가르쳐야 한다.

○ 교습 과목 제한없이 자유롭게 운영

정부는 지난해 학원법을 개정하면서 학원이 교습비 외에 교재비나 보충수업비를 따로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교습비가 지나치게 높으면 교육감이 조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이 학원과 교습소의 ‘적정 교습비 기준’을 마련했다.

공부방은 이런 규제를 다 피할 수 있다. 법에는 △신고한 교습비를 초과해 징수하면 안 된다 △교육감은 개인과외교습자에게 교습비 조정을 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소규모로, 은밀하게 운영되는 공부방의 특성상 단속의 손길이 미치기 어렵다. 또 학원 및 교습소와 달리 공부방은 인쇄물 또는 인터넷 광고에 교습비용을 표시할 의무가 없다.

운영시간도 마찬가지. 서울 경기 대구 광주가 조례를 통해 학원과 교습소의 교습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했지만 공부방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개인이 운영하는 공부방을 일일이 제한하고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14일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학원 교습시간 제한을 연내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단속의 손길을 피하려는 공부방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공동주택을 이용하는 공부방은 주민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 인천에 사는 D 씨는 “최근 공부방이 많이 생기다보니 입주민 동의서를 받아오라는 아파트가 늘었다.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문을 닫겠다는 조건으로 동의서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원과 교습소를 대상으로 하는 적정 교습비 조정기준을 공부방에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공부방#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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