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26>스펙 혹은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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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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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주인공 헤스터 프린.
‘주홍글씨’ 주인공 헤스터 프린.
지금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그들에게 찍혀 있는 부정적인 ‘낙인’ 때문에 힘들고 아파한다. 창의성과 열정,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의 가치가 강조되지만, 여전히 그 이면에는 ‘스펙’이라 불리는 출신 학교와 학습능력, 그리고 경제적인 부(富)에 의해서만 가능한 다양한 활동들이 ‘낙인’이 되어 그들을 옥죄고 있다. 결국 이 시대 청춘들은 스펙이라는 낙인 때문에 정체된 삶을 살아가야만 하고 그로 인해 총체적인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작가 너대니얼 호손이 1850년에 출간한 ‘주홍글씨’는 19세기 미국문학 중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힌다. 남편 칠링워스와 아내 헤스터 프린은 미국으로 건너가 살기로 했다. 하지만 사정상 아내가 먼저 미국에 가게 됐다. 그 후 오랜 시간 동안 남편은 미국으로 오지 않았다. 외로웠던 헤스터는 결국 소심한 성격의 목사 딤스데일과 불륜을 저질렀고 결국 사생아를 낳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은 헤스터의 가슴에 간음을 뜻하는 ‘adultery’의 첫 글자인 A를 새기는 형벌을 가했다. 여자로서 평생 동안 벗어날 수 없는 치욕적인 낙인이 찍힌 것. 헤스터는 그 후 한동안 좌절과 절망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좌절 속에서도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세상의 낙인과 싸워나가기 시작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여주인공 헤스트 프린의 가슴에 시종일관 붙어 다니는 주홍글씨 A는 Adultery의 머리글자로 간음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글씨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유능함(Able)의 A로, 심지어는 천사(Angel)의 A로 승화돼 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리고 원치 않던 낙인에 대해 좌절하고, 숨기고, 때로는 평생의 상처로 안고 간다. 그러나 그 낙인과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뿐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고문은 “스펙은 기계에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부정적인 낙인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 ‘주홍글씨’의 헤스트가 ‘간음의 A’를 ‘유능함의 A’와 ‘천사의 A’로 바꿨듯이 말이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
#이남훈의 고전에서 배우는 투자#투자#주홍글씨#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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