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잔인하게 죽인 죄… 6개월 징역형 첫 선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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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승려, 남의 개 흉기로 내리쳐… 법원 “반려견 잃은 주인 큰 고통”

올 2월 동물 학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동물보호법이 개정된 뒤 잔인하게 개를 죽인 남자에게 실형을 선고한 첫 판결이 나왔다. 개정 동물보호법은 동물 학대자에게 ‘5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부산지법 형사7단독 서아람 판사는 둔기로 진도개를 내리쳐 죽인 혐의(동물보호법 위반 등)로 구속 기소된 전직 승려 이모 씨(54)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송모 씨(72) 집 마당에서 진도개 ‘장군이’(500만 원 상당)가 자신에게 짖는다는 이유로 담을 넘어가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다. 그는 분이 풀리지 않자 다시 도끼로 진도개 머리를 수차례 내리쳐 죽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03년 승려가 됐다가 2009년 폭행사건으로 승적을 박탈당한 이 씨는 술에 취해 집 앞을 지나가다가 개가 짖는 소리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올 5월 이 씨의 범행 장면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가 동물보호단체 홈페이지에 공개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재판부는 “아내와 사별한 뒤 혼자 살던 피해자가 10년 가까이 지낸 반려동물을 잃게 되면서 겪은 고통과 상실감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술에 취한 이 씨가 도끼로 진도개 머리를 쳐서 죽인 것으로 범행 방법 자체가 위험하고 잔인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줄 정도였던 점을 볼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남의 반려동물을 훔치거나 죽인 범죄에 대해 그 동물의 시가를 기준으로 처벌이나 변상액을 정하던 기존 판결들에 비해 이번 판결은 반려동물의 상실이 주인에게 줄 정신적 상처를 감안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사랑실천협회는 “반려동물을 죽인 행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받게 한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동물보호법#첫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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