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컬처]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아! 떠나고 싶다… 마티스 ‘폴리네시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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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11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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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스 ‘폴리네시아, 바다’ (1946년, 유화, 과슈, 종이붙이기, 196x314cm, 퐁피두센터)
▲ 마티스 ‘폴리네시아, 바다’ (1946년, 유화, 과슈, 종이붙이기, 196x314cm, 퐁피두센터)

평화롭고 자유로운 바다 풍경

무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떠날 생각을 하는 시기가 됐네요. 속을 알 수 없어 신비롭고, 끝을 알 수 없어 궁금해지는 바다로 떠나볼까요? 그것도 넓디넓은 남태평양으로요.
가로 약 2미터, 세로 약 3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하늘이 하늘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하늘빛인지 물빛인지 모를 저 파랑색을 보세요. 바다와 새, 하늘, 바다 속 생물들이 공존하고 있는 평화로운 작품, 바로 마티스의 ‘폴리네시아, 바다’입니다.
젊은 시절 과감한 색채와 화려한 무늬를 즐겼던 마티스의 후기 작품은 이토록 단순해졌네요. 캔버스에 하늘색과 파란색을 칠하고 그 위에 종이를 오려서 붙인 콜라주 작품입니다. 이 시기 마티스는 큰 수술을 하고 오랜 시간 서서 그림을 그릴 수 없었기 때문에 이처럼 종이를 오려서 붙이는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2가지 색깔에 아이들처럼 종이 오려 붙이기. 이런 건 나도 하겠는 걸?’ 혹시 속으로 이런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그렇다면, 단순하게 정돈된 이 작품은 정말 쉽게 탄생했을까요?
“탐색에 지쳐버릴 때쯤 정신은 오히려 맑아진다”
마티스는 ‘폴리네시아, 바다’, ‘폴리네시아, 하늘’ 연작 작업을 할 때 300마리가 넘는 새를 키우며 관찰했고, 하나의 형태를 200번도 더 그렸다고 합니다.
그림 중앙에 율동감 넘치는 새를 비롯해 바다생물들, 해초, 이 모든 형태가 이렇게 단순해지기까지는 그려보고 수정하기를 수없이 반복했었던 것입니다. 생각이 농축될수록 형태는 단순해지고…. 그래서 이렇게 자유롭고 풍요로운 작품 앞에서 마음이 확 열리나 봅니다.
“탐색에 지쳐버릴 때쯤 정신은 오히려 맑아진다. 그 때 거침없이 그려 나간다”고 한 마티스의 말에서 거장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그 결과물을 보고 우리는 두고두고 환희를 누리는 것이고요.
야자수와 해변가 사진만 봐도 가슴이 설레는 요즘, 이렇게 파란 바다를 그린 예술 작품 앞에서 조화와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다면, 문득 세상도 달라 보일 것 같습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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