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컬처]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이야기 수도원에서 비를 보다… 쇼팽 ‘빗방울 전주곡’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2-06-12 15:56수정 2012-06-1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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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스타브 카유보트 ‘예르 강, 비’ (1875년, 캔버스에 유채, 81x59cm, 인디아나대학미술관)

내리는 비를 뚫고 돌아다니는 건 귀찮은 일이지만, 조용한 곳에서 비를 바라보는 것만큼 감상에 젖는 일도 없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음악까지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 처럼 애잔하고 감미로운 곡으로요.
제목이 있는 대부분의 음악이 그렇듯이 ‘빗방울 전주곡’ 이라는 제목도 쇼팽이 직접 붙인 것은 아닙니다. 쇼팽이 작곡한 24개의 전주곡 중 하나로, 후세 사람들이 별칭을 붙인 것이지요. 같은 리듬이 반복되는 왼손 연주에서 빗방울이 땅에 떨어졌다가 살짝 튕기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그 위로 흐르는 오른손의 선율은 매우 달콤하고요.
▲ 들라크루아 ‘쇼팽의 초상’ (1838년, 캔버스에 유채, 46x38cm, 루브르미술관) (왼쪽), 들라크루아 ‘상드의 초상’ (1838년, 캔버스에 유채, 81x56cm, 오드럽가드박물관)(오른쪽)

그러면 이 곡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이 곡은 늘 병약했던 쇼팽이 연인 조르주 상드와 함께 요양 차 마요르카 섬에 머물 때 지어졌습니다. 이 둘은 마요르카 섬에 도착했는데, 쉽게 방을 얻지 못해서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발데모사의 수도원에 머물게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상드는 외출을 하고 그는 연인을 기다리며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적막한 수도원에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는 쇼팽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겠죠. 생각해보세요. 스물여덟에 요양을 가야할 만큼 허약했던 쇼팽, 그 심경이 어땠을까요? 아픈 자신을 보살펴주는 연인에 대한 사랑, 그 연인을 바라보는 마음…. 아마도 이 애잔하고 복잡한 감정이 빗줄기를 음악으로 탄생시켰나 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빗방울’이란 표제를 직접 붙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내리는 비가 작품을 쓰도록 영감을 준 것만은 확실했을 것 같죠? 안으로 삭히며 읊조리는 이곡은 마음 한구석을 아련하게 만드는 쇼팽 음악의 특성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상드는 이때의 쇼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병으로 자기 속에 틀어박혀 사람들을 가까이하지 않고 사람들을 절망시켰다. 그의 정신은 상한 장미 잎사귀 하나에도, 조그만 곤충의 그림자에도 상처를 받고 피를 흘렸다.”고 말합니다. 내성적인 쇼팽이 이 시기에 얼마나 예민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죠.
이 음악은 시를 음미하듯 두고두고 마음을 울립니다. 세상의 소음을 덮어 주변을 고요하게 만드는 빗소리, 이 분위기에서 듣는 쇼팽의 음악은 더더욱 가슴 깊이 스며듭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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