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 올랑드 시대]‘31년만의 단임’ 사르코지 행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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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하면 정치 그만둘 것” 공언
결선 득표율차 3%P대 박빙… 일각 “우파 수장 계속 맡을 것”

대선에서 패배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57)은 1981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에 이어 프랑스에서 31년 만에 연임에 실패한 대통령이란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자신만큼은 다른 유럽 10개국에서 좌·우익을 막론하고 불어닥친 ‘정권 심판론’의 희생자가 되지 않겠다며 막판까지 역전을 노렸지만 민심은 외면했다.

그는 유세 과정에서 “선거에서 패배하면 완전히 정계를 은퇴하고 변호사 생활을 하며 조용히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6일 밤 패배가 확실해지자 측근들에게 “정치를 그만둘 것이며 다음 달 총선을 이끌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르몽드가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박빙의 승부로 득표율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 우파의 수장으로 또 다른 움직임을 도모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이민 2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권좌에 오른 사르코지는 카리스마와 추진력을 겸비한 정치인이었다. 프랑스 유력 정치인들이 밟아온 ‘그랑제콜-국립행정학교(ENA)’라는 정통 엘리트 코스를 거치지 않고 권좌에 오른 그는 어릴 때부터 가졌던 대통령의 꿈을 향해 차곡차곡 정상에 오른 끈질긴 노력파였다. 하지만 급진 정책과 직설적 표현으로 반대파도 많았다.

2007년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호화 축하연과 휴가로 구설에 올랐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연금개혁 입법과 불법 이민자 단속을 추진하면서 지지율이 급속도로 하락했다. 특히 재임 기간에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당하고 실업률 추락과 재정·채무 위기를 가져온 장본인으로 여겨지면서 역대 프랑스 대통령들은 물론이고 유럽 정상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 없는 정상에 꼽힐 정도였다. 정치자금 수뢰설에 휘말렸을 때에는 “천박하고 돈밖에 모르는 위험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사르코지 사냥’을 쓴 작가 안드레 베르코프는 “프랑스 국민은 혁명 이후 자본주의적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국민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물질적 부와 경쟁만 강조한 사르코지가 이런 환상을 깼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는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수 시절이 그립다는 듯 “(대통령 부인 시절) 기타와 여행이 가장 그리웠다”며 “차기에 대통령 부인이 되지 않는다면 다시 여행을 즐기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재임 중 이혼한 사르코지와 결혼해 화제를 뿌리며 일약 퍼스트레이디가 된 그녀는 2일 TV 토론 당시 상당히 초췌한 얼굴로 등장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수수한 차림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지만 예전의 매력 넘치는 슈퍼모델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는 것이 언론의 평가였다. 한 프랑스 잡지는 마리 앙투아네트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브루니가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남편에게 가해진 각종 모욕 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작년 말에 낳은 딸 줄리아에게 젖먹이는 일을 중단하고 친구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올랑드#사르코지#佛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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