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클릭 프랑스]<上>어떻게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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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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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75% 과세… 외국인 투표권… 법제화 싸고 갈등 불가피


프랑수아 올랑드 당선자는 강력한 대통령제를 기반으로 한 샤를 드골의 5공화국이 출범(1959년)한 이래 프랑스의 두 번째 좌파 대통령이지만 첫 좌파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1981∼1995)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레지스탕스로 활약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에 전후 세대로는 처음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선 승리를 맞는 사회당의 기쁨과 환호는 31년 전 미테랑 정권 출범 때에 못지않은 분위기라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올랑드 당선자와 사회당이 내놓은 공약들은 향후 프랑스의 모습이 어떻게 바뀔지 예고하고 있다.

특히 금융, 경제 분야에서 ‘있는 자’를 겨냥한 정책이 많다. 연 15만 유로 이상 소득자는 최고세율이 45%로 올라가고 100만 유로 이상은 75%를 세금으로 걷겠다는 과세안이 대표적이다. 75%는 서방 세계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세율이다. 은행을 투자은행과 소매은행으로 분리하고 금융소득세를 높이겠다는 공약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이 은행과 헤지펀드의 과도한 투기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금융거래세 도입안 역시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 상속세율을 높이고 대기업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도 가진 자가 더 많이 나눠야 한다는 ‘부자 증세’ 정책의 하나다. 유가상한제나 임대료 상한제 역시 시장의 논리보다는 서민을 겨냥한 것이다.

반면 소수와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은 대폭 강화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세수를 늘리겠다며 공언했던 각종 부가가치세 인상안은 모두 철회하고 남녀평등 원칙을 어기는 회사는 사회보장기금 지급을 큰 폭으로 삭감한다는 게 올랑드 정부의 계획이다. 또 사회 통합 차원에서 5년 이상 합법적으로 거주한 외국인에게는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주겠다는 공약, 장기 불법체류자의 경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이민 신청을 받아주겠다는 구상도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올랑드 당선자는 특히 다문화 정책의 성공을 위해 투표권 부여 문제에 큰 애착을 갖고 있다. 국회에서 부결되면 국민투표에라도 부치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사르코지의 우파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해온 불법 체류자 추방과 이민자 축소 방침이 완전히 뒤집힌다. 또 올랑드 정부는 동성 결혼과 동성 커플의 입양을 허용하고 안락사 보장권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외국인과 이민자의 사회 통합 정책은 적잖은 난관에 직면할 소지가 크다. 대선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사상 최고의 실업률이 이민자 때문이라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주장이 청년층에서 큰 호응을 받는 등 갈수록 외국인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은 극좌파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공감대를 얻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막판에 올랑드 당선자와의 격차를 3%포인트대까지 줄인 것도 강경한 이민 규제 정책과 치안 대책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설사 사회당이 내달 총선에서 1당에 오르더라도 의회에서 법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갈등과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공약이 적잖다. 외국인 투표권 부여나 동성 결혼, 안락사 권한 검토, 슈퍼 부자 75% 과세안 등은 사회당 내에서도 반대 세력이 많다.

부자증세안이 하나씩 현실화할 경우 세금을 적게 내는 영국, 벨기에, 스위스로 탈출하려던 계획을 가졌던 부자들의 엑소더스가 가시화됨으로써 사회통합에 장애가 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을 위해 내놓은 각종 대책이 재원 마련의 현실성을 외면한 포퓰리즘 공약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올랑드 정부의 공급 지향, 성장 위주 정책이 자칫 큰소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프랑스는 지난해 유럽과 미국을 강타한 글로벌 시위 과정에서도 거의 무풍지대나 다름없었을 만큼 빈부격차나 가진 자에 대한 불만이 노골화되지 않았었다. 따라서 올랑드 당선자와 사회당이 앞으로 만들어갈 프랑스 경제 사회 전반의 ‘좌향좌’ 정책들이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할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올랑드#사회당#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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