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설기현 “33세가 뭐 어때서…” 꿈을 쫓는 스나이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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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8일 07시 00분


설기현은 유럽 무대에서 끊임없이 도전을 시도했다. 마침내 꿈을 이뤘다. 열악한 환경의 시민구단 인천에서도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설기현은 유럽 무대에서 끊임없이 도전을 시도했다. 마침내 꿈을 이뤘다. 열악한 환경의 시민구단 인천에서도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은퇴 대신 인천행 …시민구단 반란 도전장
전북과 3-3 난타전…화끈한 공격축구 선봉
김봉길 감독대행 조직력 재건 든든한 지원군
프리미어리거 자존심? K리거라서 행복해!


설기현(33·인천)과의 개인적인 인연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7월, 광운대 4학년이던 설기현은 2002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가 추진한 해외진출 프로젝트 1호로 선정돼 벨기에리그 앤트워프로 이적했다. 유럽 진출이 드문 당시로선 큰 이슈였다. 동행 취재를 간 기자는 그와 같은 호텔에 묵었다. 기자와 취재원 관계가 아니라 코리언으로서 낯선 환경에 함께 적응해갔다. 설기현은 매니저가 없었기에 기자가 서툰 영어로 통역까지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와 나눈 대화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도전’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는 사실이다. 최고의 리그는 아니지만 벨기에를 발판 삼아 최고의 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스물한 살 청년의 당당한 모습은 지금도 또렷하다. 그는 결국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이뤘다. 해외에서 11시즌 동안 213경기에서 40골을 넣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제 그도 슬슬 은퇴 준비를 할 시점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도전을 노래한다. 시민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의 선봉에 서서 K리그 반란을 꿈꾼다.

-시민구단이어서 힘들지 않나.

“인천에 온 것은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왔다. 시민구단은 처음이다. 이런 경험도 만족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축구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좋다.”

-팀 성적이 꼴찌로 떨어질 수도 있다.(현재 인천은 1승4무6패로 16개 팀 중 15위다.)

“앞으로 더 많은 경기가 남아 있다. 동계전지훈련 때 부상으로 거의 훈련을 못했다. 이제 몸이 올라온다. 5일 전북전(3-3 무)도 그렇지만 경기는 잘 하고 있다. 현재 팀 순위는 팀 능력에 비해 아래에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측면 공격수인데 인천에서 원 톱으로 뛰고 있다. 전문가들은 많이 고립된다고 지적한다.

“주위에서 고립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누가 휘저어주고 찬스를 만들어주면 편하다. 수비도 분산되니깐 공격이 수월해진다. 이런 역할은 용병들이 해줘야한다. 대구와 광주가 그런 경우다. 하지만 우리 팀 용병들(공격수 이보(27)와 번즈(24))은 둘 다 부상 중이다. 용병들이 들어와서 해주면 잘 되지 않겠나.”

-인천에 온 것을 후회하지는 않나.

“후회는 없다. 지난 시즌에 뛰었던 울산 현대에 그냥 있었으면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었겠지만, 저는 마무리하는 단계다. 인천에 오면서 은퇴에 대한 여유를 갖게 됐다. 축구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도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시민구단이어서 불편한 점이 많을 텐데.

“기본적으로 훈련구장이나 구단 숙소가 문제다. 갖춰져 있어야할 게 없다. 깜짝 놀랐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없으니 불편하다. 시민구단이니깐 적응하라고 하지만 이는 적응의 문제가 아니다. 개선되어야할 문제지.”

-2010년 K리그 복귀하면서 생각했던 것과 지금 생각이 달라진 점은.

“유럽에서는 할 만큼 하고 왔다. 더 이상 거기서 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외국 생활 자체가 싫었다. K리그 경험도 없었으니 뛰고 싶었고.”

-프리미어리그 출신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닌가.

“그런 자존심은 없다. 대단하게 생각한 게 아니다. 좋은 팀에서 플레이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은퇴를 해도 축구계에 있을 거다. 너무 좋은 것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봤을 때는 어떨지 몰라도 행복하고 즐겁다.”

-프리미어리그에도 K리그 시민구단 수준의 팀이 있나.

“2부에서 올라온 팀들은 시민구단 수준이다. 기본적인 환경은 좋은데 좋은 선수들은 드물다. 분위기는 많이 비슷하다. 그런 팀이 잘하려면 좋은 감독 밑에서 좋은 조직력을 만들어야한다. 개인적으로 특출하지 않기 때문에 조직력의 팀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지난 달 11일 허정무 감독이 인천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김봉길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공격 축구가 살아났다는 평가다. 김 대행 체제에서 2무2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록보다 경기 내용이 좋아졌다. 특히 5일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3-3의 화끈한 공격 축구를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요즘 팀 분위기를 설명한다면.

“허정무 감독님이 물러난 뒤 분위기가 안 좋았지만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김봉길 감독님이 그동안 인천에 오래 계셔서 스타일을 잘 맞춰간다. 새로운 감독으로 바꿨으면 혼란이 있었겠지만.”(김 감독대행은 2008년 코치로 부임한 이후 지금까지 인천 소속이다.)

-구체적으로 김 감독대행은 어떤 스타일인가.

“선수들 능력 보다는 조직력을 중요시한다. 선수들이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하는 걸 좋아한다. 실수에 대해서는 말을 많이 안한다. 자신감 없는 플레이를 할 때는 지적을 한다. 아울러 강조하는 것은 팀플레이다. 상당히 좋아지고 있다.”

-현재 4골 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목표는.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가졌으면 하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기현?

▲ 생년월일: 1979년 1월 8일 (강원도 정선)
▲ 신체조건: 187cm, 82kg
▲ 학력: 주문진중→강릉상고→광운대
▲ 소속: 2000년 앤트워프(벨기에)입단→안더레흐트(벨기에)→울버햄턴(잉글랜드)→레딩(잉글랜드)→풀럼(잉글랜드)→알힐랄(사우디)→포항→울산→인천
▲ 경력: 월드컵대표(02, 06), 아시안컵대표(04), 세계청소년선수권대표(1999)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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