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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한 청년의 탈북스토리, 美 독자 울리다

입력 2012-04-12 03:00업데이트 2012-04-13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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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혁씨 다룬 ‘14호 수용소 탈출’ 출간 10일 만에 이례적 베스트셀러 상위 랭크
‘14호 수용소 탈출(Escape from Camp 14)’ 표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탈출한 신동혁 씨(31) 이야기를 담은 책 ‘14호 수용소 탈출(Escape from Camp 14)’이 지난달 29일 출간 후 10여 일 만에 비소설 부문 뉴욕타임스 30위, 아마존 26위, 아이북스 17위에 올랐다. 북한 관련 책이 베스트셀러 상위에 랭크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저자 블레인 하든 전 워싱턴포스트 기자(60)는 10일 미국 북한인권인원회(HRNK) 주최 북한 정치범 수용소 토론회 참석 후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얼떨떨하다”며 “제발 실패작만 되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사 등에서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 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하든 씨는 책의 성공 요인에 대해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가족까지 서로 적으로 만드는 잔인한 짓을 한다는 것이 충격을 준 것 같다”고 했다. 신 씨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 6곳 중에서도 혹독하기로 소문난 평안남도 개천 소재 14호 수용소에서 태어나 자랐다. 모범수였던 신 씨의 부모는 ‘표창 결혼(모범수 남녀를 합방시키는 것)’으로 수용소에서 형과 그를 낳았다. 신 씨 아버지는 형제가 6·25전쟁 때 남한으로 넘어갔다는 이유로 수용소에 갇혀 살았다.

하든 씨는 책에서 신 씨의 모친과 형의 사망에 대한 진실도 소개했다. 신 씨는 평소 “13세 때 수용소에서 어머니와 형이 탈출을 시도하는 바람에 고문을 당했다”고 했지만 하든 씨에게 “탈출 시도를 간수에게 밀고한 것은 나이고 그 때문에 어머니와 형이 내가 보는 앞에서 각각 교수형과 총살형을 당했다”고 고백한 것. 태어나서부터 정치범수용소에선 모두 신고해야 한다고 세뇌 교육을 받은 영향으로 혈육을 신고한 것이다.

책에는 수용소에서 감정 없는 기계처럼 자란 신 씨가 23세 때 동료의 시체를 밟고 수용소 담을 넘어 탈출한 후 남한과 미국에서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인간애를 느껴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하든 씨는 “2007년 워싱턴포스트 아시아 특파원으로 도쿄지국에 파견되면서 북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1년 동안 북핵에서부터 미사일, 군사, 농업, 탈북자들의 탈북 경로까지 다양한 북한 기사를 썼는데 그중 서울에서 만난 신 씨의 정치범수용소와 탈북 경험기사가 2008년 12월 워싱턴포스트 1면에 실릴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저자 블레인 하든 기자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포스트 회장이 직접 ‘와우(Wow·놀랍다)’라는 단 한마디가 적힌 e메일을 보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든 씨는 “수용소 경험을 떠올리는 것이 괴롭다”는 신 씨를 9개월간 설득해 2009년 말부터 수개월 동안 통역의 도움을 받아 인터뷰했다. 그동안 신 씨는 한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하든 씨는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번역본 출간에 맞춰 이달 말부터 유럽에서 사인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의 책은 중국, 일본, 인도판을 포함해 총 11개 언어로 번역 중이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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