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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메디시티 대구]히포크라테스와 소크라테스, 대구를 찾다… 2500년 세월도 못 녹인 탈모의 恨

입력 2012-03-27 03:00업데이트 2012-03-2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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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철학의 두 성인, 대화

《“이보게 소크라테스, 머리카락을 옮겨 심으려고 다시 태어난 기분이 어떤가. 어리둥절하지?”

“히포크라테스, 무지(無知)의 자각은 내 특기지만 모발이식에 대해선 정말 아는 게 없습니다. 뒤쪽 머리카락을 정수리 쪽으로 옮기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그렇게 하면 자연스러운지 도무지 알 수 없군요.”

“걱정하지 말게. 내가 의사 아닌가.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자네의 철학적 탐구도 더 왕성해질 테니. 나도 마찬가지네. 환자들이 내 얼굴을 보고 젊어 보인다고 느끼면 나쁠 것 없지 않겠나.”

“모발이식에 대해선 아직 아는 게 없으니…. 어쨌든 머리카락 때문에 이렇게 먼 여행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소크라테스, 대구까지 가려면 20시간 정도 걸릴 걸세. 수술이 잘되도록 컨디션이나 조절하세. 동양에 ‘불원천리(不遠千里)’란 말이 있네. 즐거운 마음으로 가면 아무리 먼 길도 멀지 않게 느껴진다는 뜻이지. 이런 말을 하니 내가 꼭 철학자가 된 것 같군.”

“소크라테스, 이번 여행을 자네의 뛰어난 제자 플라톤이 안다면 모발에 관한 대화편을 남길지도 모르겠군.”

“삶의 문제라면 머리카락 한 올 만큼도 소홀히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히포크라테스, 지도를 보니 한국의 수도는 서울이고 대구는 남쪽의 작은 도시 같은데 왜 꼭 거기까지 가야 하나요.”

“대구에 모발이식을 탁월하게 잘하는 의사가 있기 때문이지. 지구촌 시대 아닌가. 실력만 있으면 어딘들 무슨 상관이겠나. 자네는 수도 아테네 출신이고 난 작은 섬에서 태어났지만 사람들이 나더러 ‘의학의 아버지’라고 하지 않나. 코리아 대구는 모발이식에 관한 한 세계 표준이라고 할 수 있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기원전 377)와 ‘철학의 어머니’ 소크라테스(기원전 470∼기원전 399)는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테네공항 국제선 탑승구로 들어갔다. 그리스 출신인 두 사람은 고향은 다르지만 히포크라테스는 유명한 의사로서, 소크라테스는 특유의 대화법으로 널리 알려진 점으로 미뤄 알고 지냈을 것이다. 여행을 즐겼던 히포크라테스는 당시 의학자, 철학자들과 대화를 즐겼다.

히포크라테스는 이전의 주술적(呪術的) 의료에서 벗어나 요즘으로 말하면 과학적 방법으로 질병을 다스렸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방향을 기존의 신화적(神話的) 관점에서 인간의 삶 중심으로 돌렸다.》
세계 최고 모발이식 수준을 자랑하는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김정철 센터장(앉은이)과 직원들. 의사 4명과 모낭분리사, 간호사,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등 2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아래 사진)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가 있는 대구시티센터 노보텔. 6층 센터에 들어서면 대구 학생민주운동을 기념하는 2.28기념중앙공원이 정원처럼 펼쳐진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불원천리 코리아 대구

두 사람이 2500년 만에 살아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이유는 특별한 닮은 점 때문이다. 대머리(독두. 禿頭)가 그것이다. 두 사람의 조각상을 보면 훤하게 벗겨진 머리 때문에 누가 누군지 헷갈릴 정도다. 소크라테스는 대머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철학적 탐구에 몰입하느라 머리카락이 있는지 없는지 별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히포크라테스는 달랐다. 스트레스든 의학 연구 때문이든 대머리는 그에게 성가신 문제였다. 포도주 올리브기름 아카시아즙 비둘기똥 등 온갖 것을 부지런히 발랐다는 이야기가 이를 보여준다. 요즘 시각에서 보면 근거 없는 민간요법에 매달리는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이런 행동이 임상시험을 위해서였는지, 대머리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욕망이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그는 많은 의학논문을 남겼는데 그중에 대머리에 대해 언급한 곳이 몇 군데 있다. ‘유전은 부모의 몸으로부터 전해지는 것으로…대머리 부모에게서는 어른이 된 후 대머리가 될 아이가 태어난다’거나 ‘거세된 남자는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자세한 설명이 없는 점으로 미뤄 경험을 통한 직관적 판단으로 보인다.

대머리에 대한 히포크라테스의 이 같은 주장은 의학의 아버지답게 지금의 과학적 연구로도 정확하게 설명된다. 대머리(남성형 탈모)는 유전 때문에 생기고 대머리 유전자가 있는 사람에게서 남성호르몬이 나와야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춘기 이전에는 남성호르몬이 적게 나와 대머리가 되지 않으며 거세한 경우 남성호르몬이 생성되지 않기 때문에 역시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현대의학의 정설이다.

히포크라테스가 “대머리는 유전”이라고 확신하면서도 올리브기름 같은 것으로 머리를 자주 문질렀다는 것은 아무래도 임상시험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개인적 스트레스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만약 히포크라테스가 모발이식이나 발모제로 대머리를 벗어났다면 더 큰 자신감으로 의학 발전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했을지도 모른다.

○ 대머리 극복은 삶의 절실한 문제

“히포크라테스, 대머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머리에 털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삶의 완성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털로 덮인 원숭이에서 털이 없는 사람으로 된 것이 진화(進化)라면 대머리는 가장 진화된 모습이어야 하는데 그게 또 그렇게만 볼 수 없는 게 우리들의 복잡한 삶 아니겠나. 머리나 겨드랑이처럼 털이 꼭 있어야 할 곳에는 피부 보호 기능이든 젊어 보이고 싶은 미용상 욕구든 아무튼 있는게 자연스럽다는 거지. 의학적 관점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지.”

“그렇습니다. 의학적으론 모르겠지만, 반드시 있어야 할 곳에 무언가 없다면 이는 곧 결핍(부족함)입니다. 결핍은 삶의 완성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하지 않죠. 그런데 머리 뒤쪽에서 수천 가닥을 옮겨 심는다고 원래 수만 가닥 있던 앞쪽 머리처럼 될 수 있을까요.”

“아주 중요한 질문이네. 대머리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건 여러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네. 자네나 나처럼 머리카락이 거의 없다면 대머리가 분명하지만 만약 모발이식이 잘되면 머리숱이 적을 뿐 대머리라고 인식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 이런 건 대구에 가보면 해결될걸세.”

“대머리에 관심이 쏠리니 이런저런 궁금한 게 자꾸 생깁니다. 대머리인데도 왜 수염은 또 이렇게 많고 뒤쪽 머리카락은 왜 빠지지 않나요.”

“그건 나도 모르겠네. 이 또한 대구에서 의문이 풀릴 것이네. 의사로서 짐작해보건대 몸의 털은 겉으로는 어디 있든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종류가 다를 수 있네. 그렇지 않고서야 일부만 대머리가 되는 일이 생길 수 있겠나.”

“그렇겠군요. 그나저나 우리의 머리 디자인을 아주 새롭게 해줄 그 의사(경북대 김정철 교수)는 믿을 만한가요.”

“걱정하지 말게. 그런 부분은 자네보다 내가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네. 국제학회의 평가나 모발이식 교과서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알아볼 만큼 알아봤네. 김 교수는 1994년부터 국제적 스타로 주목받았어. 머리카락을 단순히 옮겨 심는 수준을 넒어 삶의 질을 새롭게 설계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더군. 유전자 차원에서 대머리를 연구하는 수준이네. 한국의 3월은 새싹이 돋는 봄이어서 모발이식을 하기에도 어울리는 계절이지.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면 이번 기회에 이식술도 배울 겸 대구에 좀 머물까 싶네. 자넨 어떤가. 동양의 철학을 공부해 볼 생각은 없는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비행기는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대구공항으로 향했다. 팔공산 자락에 있는 대구공항을 빠져나온 이 그리스 손님들은 “어디로 모실까요”라고 묻는 택시기사에게 대답 대신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사는 ‘한국말 못해도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몰았다. 20분 후 택시는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 쪽에 있는 대구시티센터 노보텔 앞에 섰다. 히포크라테스와 소크라테스가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찾아온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가 있는 곳이다.

이권효 기자·철학박사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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