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이책]중국,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역사에 길을 묻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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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서를 찾아서―중국 문화혁명 연구/이채주 지음/540쪽·2만5000원·화정평화재단

20세기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하면서 현재에 대한 과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역사란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찾아내는 주목할 만한 것에 관한 기록이며, 따라서 현재는 과거에 비추어질 때에만 완전히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의 부상이 구체화되면서 현재 중국의 모습을 역사 속에서 조명해 보면서 중국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하려는 작업들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중국의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역사적인 시각에서 중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이 책은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라는 좀 더 근본적인 대중관(對中觀)을 모색해 보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마오쩌둥의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통한 근대화 과정, 그리고 덩샤오핑과 그의 후계자였던 후야오방, 자오쯔양, 장쩌민, 그리고 후진타오와의 관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면서 현대중국역사에서 나타나는 중국 발전의 명과 암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문화대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해서파관(海瑞罷官·명나라의 강직한 관리 ‘해서’의 파직을 소재로 한 역사극)’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우한, 팽더화이, 류사오치와 그의 부인 왕광메이에 이르기까지 마오쩌둥 시대의 정치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 인물들을 꼼꼼하게 검토해보고 있다. 마오쩌둥 시대의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이 덩샤오핑 시대의 개혁·개방과 나아가서는 중국 강대국화의 성공에 필수적인 환경적 기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중국 역사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 현대적 해석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이 책은 철저한 현장주의에 기반을 두고 완성되었다. 저자는 해서의 고향이자 그의 묘가 위치해 있는 하이난 섬의 하이커우 시를 직접 찾아 해서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시도했으며, 왕광메이가 홍위병과 대결하였던 베이징 칭화대에서는 당시의 모습을 그려가며 참담한 상황에 처한 왕광메이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이 책은 저자가 다년간에 걸쳐 수집했던 엄청난 양의 자료에 대한 분석의 결과로 출판되었다. 저자는 1970년대 말 동아일보 도쿄지사장으로 근무할 때부터 꾸준히 자료를 모으고 읽으며 시각을 정립해왔다.

이러한 현대 중국 역사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과거와 현재 사이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즉, 저자는 현대사적 시각에서 오늘날 중국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명쾌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 지배체제의 정당성 문제, 고도성장의 지속가능성 여부, 부정부패와 빈부격차 및 차별의 문제, 소수민족의 분리주의 경향, 그리고 한반도 정세에 대한 중국의 입장 등 중국 사회 내에서 민감성과 불확실성이 내재된 문제들을 일관된 시각으로 정리하고 있다.

한석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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