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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기고/이인호]여성 30% 공천 요구했는데…

입력 2012-03-19 03:00업데이트 2012-03-19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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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4년마다 돌아오는 총선 때마다 제기되는 문제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낮은 정치 참여율이다. 국회의원 299명 중 여성 의원이 겨우 40명을 넘게 된 것도 8년 전 17대 때 비례대표의 50%를 여성으로 한 결과였다. 이번에는 여성계가 지역구 공천에서 30% 여성 할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천작업이 거의 끝난 현 시점에서 민주통합당은 22명(11%), 새누리당은 16명(7%)의 여성 후보를 정했다. 양당 모두 10% 내외의 저조한 실적에 대해 고민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3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기에 여성에 대한 적절한 배려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 결과는 실망스럽다. 그나마 민주통합당은 서울지역 10곳에 여성을 공천했으나 새누리당은 단 3곳으로 민망한 수준이다.

여야 10%내외 공천 실적에 실망

지역구 차원에서부터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산시키려면 어느 정당이나 각기 우세한 지역에 여성 공천자를 배치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천에서는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어느 정당에도 지역 공천에서 여성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시스템 공천이라고 공언한 새누리당도 여성 공천을 위한 지역구도를 잡고 전략적으로 공모했다면 막판까지 우왕좌왕하며 후보자들을 ‘돌려 막기’ 하는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민주통합당 여성 후보자들을 보면 오랫동안 여성계에서 여성정책을 다루거나 여성운동을 하면서 여성계의 지도자로 부상한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이들은 현장에서 검증된 후보들이고 여성정책에 대한 일관된 소신과 비전을 공유하고 실천하고자 정치계로 간 사람들이다.) 반면에 새누리당 여성 후보들 중에는 여성정책에 대한 소신이 있고 여성계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질 만한 인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여성정책을 국정의 주요 부분으로 여겨야 하는 것은 여성 인력의 적극적 개발과 활용 없이는 국가의 성장동력과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자유와 평등이 함께 보장되는 복지국가 건설의 목표는 달성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성정책은 이제 여성의 일자리 창출과 능력 개발, 사회참여 확대에만 머물 수 없고 육아, 교육, 가족문제, 특히 저출산과 성범죄 문제도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 대한민국이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데 후진 중 후진으로 남아 있는 이상 국가의 다른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렵다. 민주통합당이 성평등 정책 10개 항을 내놓고 분야별 정책을 제시한 것은 여성운동가 출신들이 당내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多選 이유 검증된 인재 배제해서야

공천을 받은 사람 중에는 여성이 수적으로 적을뿐더러 여성문제뿐 아니라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책임의식과 정치적 능력에서 공인의 자격을 검증받았다고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 너무도 적다. 그래서 여성정책뿐 아니라 이 나라 국정의 앞날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총선을 앞둔 국민의 마음을 여야 관계없이 무겁게 하는 것이다. 세상 어느 안정된 나라에서 정치적 경륜이나 지적 능력이 국민의 대표 선출에서 이점이 아니라 감점으로 작용하고 다선 의원은 무조건 후보군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데 유권자가 쉽게 동의할 수 있을까. 잘 알려진 것도 없는 새 얼굴에게 무조건 기대를 거는 풍조는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 갈 것인가. 새 피의 수혈은 중요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한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인간 본성인데 인간을 다루는 정치에서 경륜의 존중 없이 능력과 지혜가 쌓일 수 있을까. 정치적으로 단련된 여성 인재는 드문데 김영순 이계경 나경원 전여옥 진수희 등 능력과 소신이 검증된 여성 인재들을 모두 배제한 공천 결과는 실망을 넘어 깊은 우려를 낳는다. 인재를 휴지조각 취급하면서 정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인호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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