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는 死地로 몰면서… 中 “형소법에 ‘인권’ 명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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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고문금지 등 반영… 일각 “실행 여부 지켜봐야”

중국이 형사소송법에 ‘인권’ 관련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개별법에 인권이 언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등에 따르면 형소법 개정안을 심의 중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는 총칙 제2조에 ‘인권을 존중하고 보장한다’는 표현을 새로 넣기로 했다. 인권조항은 지금까지 헌법에만 들어 있었다.

이번 형소법 개정 작업은 당초 작년 8월 전국인대에 제출된 개정안 초안에 기초한 것이다. 당시 공표된 초안은 범죄 혐의자를 사법 당국이 비밀리에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실종 합법화 방안’이라는 비난이 거셌다. 작년 초 반체제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 씨를 가족에게 통보도 없이 80일 넘게 구금했던 것처럼 사법 당국이 자의로 인신을 구속하는 사례가 빈번했는데 이를 아예 법적으로 보장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비난이 거세지자 초안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인권 조항을 전격 추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위법 수집 증거의 배제 원칙, 고문을 통한 자백 금지 등 구체적인 요건을 추가하고 범죄 혐의자를 구속하면 24시간 안에 가족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중국이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인권 후진국의 오명을 벗어던지고 형식적으로나마 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미국 등 주요국에서까지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는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 요구에는 여전히 귀를 막고 있어 편의대로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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