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꽝, 자살하고파” ‘아프리카’ 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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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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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 ‘아프리카’ 불법베팅 포털역할”스포츠중계 개인방송들 채팅 통해 도박사이트 알선걸려도 아이디 바꾸면 못막아… 아프리카 “모니터링 강화”

인터넷 개인방송국에 돈을 주면 볼 수 있는 ‘픽’ 정보. 당일 경기 결과와 그 적중 여부가 올라온다. 인터넷 개인방송국 화면 캡처
인터넷 개인방송국에 돈을 주면 볼 수 있는 ‘픽’ 정보. 당일 경기 결과와 그 적중 여부가 올라온다. 인터넷 개인방송국 화면 캡처
“200장(200만 원) 먹었어요. ㅋㅋ”

“오늘도 꽝이네요. 자살하고 싶어요.”

왼쪽 화면에 프로농구 경기가 생중계되고 있다. 오른쪽 대화 창에는 접속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띄운다. 응원의 글도 있지만 대부분 불법 베팅 결과에 대한 메시지다.

대표적인 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 ‘아프리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곳에선 매일 수많은 사람이 BJ(개인방송 운영자·Broadcasting Jockey)가 돼 스포츠 경기를 중계한다. 누구나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만 있으면 TV가 없어도 좋아하는 스포츠 경기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아프리카는 한국야구위원회(KBO), 한국농구연맹(KBL) 등과 정식으로 중계권 계약을 한다. 따라서 BJ들이 경기를 중계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KBO 관계자는 “어차피 개인들이 중계하는 것을 막을 수 없어 아프리카에 마당을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경기의 관심도에 따라 동시 방문자가 50만 명이 넘고, 하루 총 누적 방문자가 최소 100만 명이 넘는 아프리카의 일부 개인방송이 불법 사이트를 소개하고 베팅을 부추기는 온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프로농구 삼성-SK의 경기를 중계하는 한 BJ의 방에 입장했다. 중계 화면 아래에는 ‘안전 놀이터 문의 귓속말’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안전 놀이터는 불법 베팅 사이트를 말한다. 귓속말(다른 접속자가 볼 수 없는 메시지)을 보내자 관련 사이트 주소와 추천인 아이디를 보내줬다. 관련 사이트에서 본인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만들고 계좌와 예금주를 입력했다. 추천인 아이디를 반드시 입력해야 입장이 가능했다.

알려준 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삼성-SK 한 경기만 놓고 쿼터별 양 팀 합산 점수의 홀짝수 여부, 첫 자유투, 첫 3점슛 등을 놓고 베팅이 한창이었다.

다시 방송으로 돌아왔다. 60여 명이 접속해 있다. 삼성 선수가 자유투를 얻자 BJ는 “삼성 첫 자(유투)예요”라고 알려준다. 채팅 창에는 같은 시간 다른 경기의 첫 자유투와 첫 3점슛 상황 속보도 올라온다.

이 개인방송이 소개한 사이트는 삼성-SK의 경기를 놓고 ‘언더·오버’를 161.5점으로 정했다. ‘언더·오버’는 양 팀 점수 합계가 사이트에서 정한 기준을 넘는가 아닌가에 돈을 거는 게임이다.

4쿼터까지의 결과는 80-80으로 동점. 양 팀 합산 점수가 160이니 언더에 돈을 건 사람들이 땄다(연장전 결과는 베팅 항목에 없음). 한 개인방송 BJ는 ‘팬클럽’이라 불리는 유료회원들을 위해 상세한 베팅 정보를 제공한다. 이곳의 누적 시청자는 20일 현재 25만 명이 넘는다.

이에 대해 아프리카를 운영하는 나우콤 관계자는 “사설 도박 알선을 발견하는 대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당 BJ의 아이디에 대해 짧게는 7일부터 길게는 영구 정지시키는 식이다. 하지만 다른 아이디로 접속한다면 막을 수 없다. 50명 이상의 요원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2000∼4000개 방송이 나가는 데다 지난 방송은 볼 수 없기 때문에 한계는 있다. 모니터링을 더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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