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새 대통령에 옛 동독 인권운동가 출신 가우크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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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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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추적… ‘추악한 슈타지’ 들춰내
메르켈 총리 이어 대통령까지… ‘동독 시대’

독일의 새 대통령으로 옛 동독 시절 민주화 인권운동가 출신의 요아힘 가우크(72·사진)가 사실상 확정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58)는 19일 “여야 간 합의를 거쳐 가우크를 신임 대통령 후보로 지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가우크가 대통령에 선출되면 독일의 대통령과 총리가 모두 동독 출신이 된다. 둘 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이자 목사의 자녀로 태어났으며 동독 같은 지역에서 자랐고 통일 이후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점 등 공통점이 많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당원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동독 정부에 체포돼 소련 군사법정에서 25년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다. 가우크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나는 아홉 살 때 사회주의는 부당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자연스럽게 민주화 운동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회고했다. 한때 언론인을 꿈꿨으나 공부할 기회가 박탈되자 신학으로 눈을 돌려 동독에서 목사로 활동해 왔다. 반체제 운동 단체인 ‘새 포럼’의 대변인을 맡아 활동했으며, 1990년 베를린 장벽 붕괴로 통일을 맞을 때까지도 동독 비밀경찰에 철저한 감시를 당했다. 통독 이듬해인 1990년부터 2000년까지 동독 비밀경찰 조직인 슈타지가 보유한 방대한 문서를 관리하는 옛 동독 문서관리청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추악한 역사를 밝혀내는 역할을 했다.

1999년 베를린 장벽 붕괴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외르크 폰 에센 자민당 사무총장은 “가우크 위원장은 동독 시민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옛 동독 공산당의 불법행위를 밝혀내는 데도 기여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가우크는 퇴임 후 사회운동가로 활동하던 중 2010년 대선에 후보로 나섰지만 메르켈 총리가 내세운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과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깝게 패했다. 이번에도 메르켈 총리와 집권여당인 기독교민주당(CDU)은 차기 대통령으로 클라우스 퇴퍼 전 환경부 장관을 지지했으나 독일 일요판 신문인 ‘빌트 암 존타크’에서 19일 실시한 ‘선호하는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가우크가 54%의 지지율을 얻자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가우크를 차기 대통령으로 지명했다.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향후 5년간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가우크는 카리스마와 설득력 있는 언변, 인자한 인상으로 독일 내에서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비교되며 ‘친근한 대통령’ ‘마음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등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내각제 국가인 독일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로서 법안과 국제 조약 등에 대한 최종 서명권을 갖고 있다. 독일 대통령은 하원과 16개 주의회 대표로 구성된 연방 총회의 표결을 통해 선출된다.

네 명의 자녀를 둔 채 1991년 이혼한 그는 현재 20세 연하인 다닐라 샤트 씨(52)와 12년째 교제하고 있다.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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