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해 2012, 서점가 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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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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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 법정시한인 어제까지 총선예비후보들 줄줄이 발간작년 ‘나꼼수’ 열풍 이후 정치서적 매출, 문학-어린이 책 앞질러

《2012년 올 한 해 지구촌에서는 ‘권력의 대이동’이 벌어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촉발한 ‘정치의 대중화’ ‘정치 일상화’의 파도는 국내 출판계의 지형도도 바꿔놓고 있다. 정치 서적은 이제 엘리트들의 엄숙한 담론이 아니라 가볍고 대중적인 ‘수다의 장(場)’이 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내놓는 책들도 천편일률적인 자서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독자들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 “출판기념회용 책은 그만!”

11일은 제19대 국회의원 총선(4월 11일) 90일 전. 출마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어서 국회 의원회관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막판 출판기념회가 몰렸다. 정치인의 책은 대필작가가 급조한 자서전류가 대부분. 그러나 일부는 진부한 틀에서 벗어나 인문교양서, 사회과학서적, 사진집, 예술서, 자기계발서 등으로 포장됐다. 이 때문에 ‘총선용 정치인 책’이면서도 일반 서점에서 독자들에게 팔리는 책들도 생겨났다.

김을동 미래희망연대 의원이 펴낸 ‘김을동과 세 남자 이야기’(순정아이북스)는 할아버지 김좌진 장군, 아버지 김두한 의원, 아들인 배우 송일국 등 격동의 근대사를 살아온 4대에 걸친 가족사 이야기로 눈길을 끈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청년들의 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자기계발서 ‘도전, 너무도 매혹적인’(리북)을 출간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의원은 오페라와 미술과 관련된 예술 관련 에세이 ‘문화가 답이다’(시공사)를 내놓았다. 김영호 사진작가가 찍은 조 의원의 표지사진은 클래식 연주자 프로필 사진을 방불케 하며, 전현희 의원의 책도 스타화보집을 연상시킨다.

○ 엔터테인먼트형 ‘정치 수다’ 붐

지난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서울대 교수, ‘나는 꼼수다’ 출연진의 책으로 이어진 정치 관련 서적의 열풍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 3월에 김영사가 발간할 예정인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책이 최대 관심사. 인터넷 서점 YES24의 유성식 이사는 “본디 인문사회정치 분야 책의 매출이 9% 선을 차지했는데 지난해에는 15%까지 늘어 문학, 어린이 분야의 매출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요즘 많이 팔리는 정치 서적은 학자들이 쓴 엄숙한 ‘정치학 서적’이 아니다. 평균 600만 명 이상이 내려받는다는 ‘나는 꼼수다’의 영향으로 재야 논객이나 평론가가 정치를 분석하고 훈수를 두는 가볍고 대중적인 엔터테인먼트형 서적이 인기다. 개그맨이 웃겨주듯이, 아줌마들이 수다를 떨듯이 정치를 일상의 구어체로 풀어주는 책들이다.

김상호 ‘미래를소유한사람들’ 대표는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끼고 킥킥대는 아저씨들의 대부분은 ‘나꼼수’를 듣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정치를 대중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한 20, 30대 독자가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책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과거 30, 40대 남성들이 구매자의 90% 이상을 차지했지만 요즘엔 여성 비율이 40∼5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40만 권이나 팔린 ‘닥치고 정치’를 펴낸 김수진 푸른숲 부사장은 “지난해 초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라는 책이 많이 팔렸는데, 프랑스의 늙은 레지스탕스가 ‘왜 젊은 세대들은 분노할 상황인데도 화를 내지 않는가’라고 일침을 가하는 내용이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정치 비판서가 인기인 이유는 국민이 무언가에 화가 많이 나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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