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스키활강장, 강원도는 ‘국가보호림’ 가리왕산만 고집하지만… 1450m고지 ‘만항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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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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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이 만항재” 강원대 김휘중 토양환경복원센터장이 강원 영월군 상동읍 만항재 1450고지를 가리키며 “가리왕산보다 활강 경기장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정선=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저곳이 만항재” 강원대 김휘중 토양환경복원센터장이 강원 영월군 상동읍 만항재 1450고지를 가리키며 “가리왕산보다 활강 경기장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정선=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알파인 스키 활강 경기장 건립 예정지로 환경훼손 논란이 인 ‘가리왕산’(강원 정선군) 외에 강원도 내 다른 지역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활강 경기장 기준(높이 800m, 길이 3km 이상)을 충족시키는 곳은 남한에 가리왕산밖에 없다”는 강원도 발표(본보 7월 11일자 A6면 참조)와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평창 겨울올림픽 준비에 앞서 동아일보는 강원대 환경연구소 토양환경복원센터, 환경단체 녹색연합과 함께 강원도 일대를 취재했다.

○ “만항재 일대 봉우리도 가능”


23일 오후 2시 강원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 일대. 산의 중턱에 도달하자 멀리 상동읍과 정선군 고한읍 경계에 위치한 봉우리가 보였다. 만항재와 백운산 사이의 주 능선에 자리 잡은 이 봉우리(만항재 1450고지)는 해발 1450m. 봉우리 중턱에는 폐탄광과 과거 석탄을 나르던 운탄로가 있었다. 주변 계곡은 붉게 오염돼 있었다. 기자가 강원대 김휘중 토양환경복원센터장(51)과 함께 이곳을 오른 이유는 강원도 현지에서 ‘가리왕산’을 대신할 활강 경기장 터로 만항재 일대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

올 7월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후 활강 경기장으로 개발될 가리왕산이 법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국가보호림’인 것으로 알려져 올림픽 준비의 최대 난제로 떠올랐다. 가리왕산 일대 2400여 ha(약 726만 평)는 산림청이 멸종위기종과 희귀식물 보존을 위해 국가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강원도는 “국제스키연맹(FIS) 권장 기준을 충족시키는 곳은 남한에 가리왕산 중봉지구밖에 없다”며 올림픽지원특별법안을 통해서라도 이곳에 경기장을 짓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그러자 환경전문가들이 ‘대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봉우리 밑으로는 구래마을이 보였다. 구래마을은 한때 탄광부촌이었다. 하지만 폐광 후 인구가 줄고 쇠퇴했다. 봉우리 정상부터 마을까지 표고(標高) 차는 약 910m, 직선거리는 2.2km, 평균 경사도는 20도가 넘었다. 김 센터장은 “구래마을을 결승점으로 4km의 슬로프가 가능하다”며 “경기장을 지으면서 폐광지역 환경도 복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만항재 뒤쪽으로는 콘도 등이 마련된 하이원리조트가 있어 대회 진행에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 부실 조사 의혹도


환경 전문가들은 “강원도가 실시한 조사가 부실했다”고 비판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겨울올림픽 활강경기장 선정은 2000, 2001년 사이에 이뤄졌다. 문제는 당시에 전문가라고 볼 수 없는 강원도 겨울올림픽지원단 담당 공무원들이 도상분석과 현장답사 등을 통해 13곳만 조사한 후 ‘가리왕산’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점.

이민식 강원도 겨울올림픽지원단 시설처장은 “공무원들이 영동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한 시간 내에 위치한 산들을 조사했다”며 “유치 단계이기 때문에 전문가 입지검토나 용역보고서 작성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강원도는 “당시 대한스키협회에 자문했다”며 “가리왕산은 2000년 당시 정상부 일대 20ha(약 6만 평)만 보호구역”이라고 밝혔다. 가리왕산은 2008년 보호구역이 2400ha로 확대됐다.

강원도는 여전히 가리왕산이 가장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강원도는 “주경기장에서 가리왕산은 약 15km(이동시간 30분)이지만 만항재는 50km(1시간 반)”라며 “‘가리왕산 공동생태조사부터 하자’고 제안했지만 환경단체는 이를 거부하고 다른 후보지를 찾자는 요구만 한다”고 전했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환경훼손 우려 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1998년 일본 나가노 겨울올림픽 때 남자활강 경기장 예정지였던 핫포네 산 정상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나가노 올림픽조직위원회 측은 IOC를 설득해 경기장 위치를 변경했다.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때도 철새 서식지에 가까운 올림픽 홀 예정지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한만수 강원도 동계올림픽지원단장은 “경기장 용지를 바꾼다면 수천억 원이 새로 투입돼야 한다”며 “우선 환경영향평가를 받고 부적격 판정이 나면 그때 다른 곳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선=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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