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춥지만 춤 생각날 땐, 빨간 건물로…

동아일보 입력 2011-12-23 03:00수정 2011-12-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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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일 춤 전문관 서울 개포동 ‘M시어터’
국내 유일의 춤 전용극장인 ‘M극장’을 세운 이숙재 대표(오른쪽)가 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극장 무대에서 열린 공연 리허설에서 배우들에게 몸 동작을 지도하고 있다. 강남구 제공
“우리 동네에 그런 곳이 있었어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10년 넘게 살았다는 한 주민은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건물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되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개포동 포이초등학교 건너편 골목길로 들어서자 빨간 벽돌로 지어진 6층 건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건물 앞에는 ‘M시어터(극장)’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동네 주민조차 잘 알지 못하는 이 건물은 국내 유일 춤 전용극장이다.

○ 국내 현대무용 등용문으로


M극장 이숙재 대표(66·여)는 한국의 ‘댄스시어터워크숍(DTW)’을 꿈꾸며 이 건물에 춤 전용극장과 연습실을 차렸다. 이 대표는 1968년 이화여대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1980년 뉴욕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학 시절 이 대표는 1980년대 당시 뉴욕 변두리에 자리 잡고 있던 DTW를 본 뒤 국내에도 꼭 비슷한 춤 전용극장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DTW는 1965년 설립돼 매년 200개 이상의 공연을 펼치며 가능성 있는 신진 무용가들을 지원하는 미국 뉴욕의 극장이다.

귀국 후 1984년부터 한양대에서 생활무용예술학과 교수 생활을 시작해 지난해 정년퇴임한 이 대표는 1990년 이 건물을 지어 연습실 등으로 사용하다 지하 공간은 2006년부터 극장으로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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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M극장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9일 M극장에서 만난 이 대표는 “처음 이 건물을 지을 때만 해도 주변이 허허벌판이었다”며 “이곳은 수익을 내기 위해 만든 곳이 아니라 춤과 같은 순수 예술이 우리나라에 뿌리내릴 수 있게끔 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지하 공연장은 폭 10m, 길이 16m, 높이 7m로 좌석은 최대 150석까지 놓을 수 있다.

○ 순수예술 통한 공헌활동 펼쳐


이 대표는 평생 한글춤을 연구하고 공연해 온 무용가다. 직접 밀물현대무용단을 꾸려 지금까지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몸동작으로 표현하는 39편의 ‘한글춤’ 작품을 만들었다. 미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칠레 등 해외에서도 30번 가까이 공연해 총 100번이 넘는 공연을 선보였다.

그런 그가 국내에 M극장을 세운 건 이곳을 통해 뛰어난 국내 현대무용가들이 배출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대표 바람대로 서울문화제 대상을 받은 무용가 한효림 씨를 비롯해 최경실 이보경 씨 등이 M극장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순수예술 활성화를 위해 이 대표는 전문 평론가들에게서 추천을 받아 M극장에서 연간 기획공연을 수십 차례 열고 있다. 이와 함께 힙합댄스와 같이 장르를 국한하지 않고 춤 공연을 원하는 이들에게도 적극적으로 M극장을 대관해주고 있다.

인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무용 교육도 적극 펼쳐나가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방학을 이용해 창작무용과 영어무용교실을 열고 있다. 이 대표는 밀물예술진흥원을 세워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해 밀물예술진흥원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연간 3억5000만 원가량 소요되는 운영비 일체를 기부금과 자비로 메워 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요즘은 다들 돈 되는 뮤지컬 같은 공연사업에만 투자한다”며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을 계속 키워나가기 위해서라도 돈이 안 되는 사업이지만 이 극장을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후원 및 대관 문의 02-578-6812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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