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강소기업이 뛴다]첨단 인쇄회로기판 전문기업 세일전자㈜

동아일보 입력 2011-12-08 03:00수정 2011-1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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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기 좋은 기업 ‘세계 제일’ 꿈꾼다
안재화 세일전자㈜ 사장이 스마트폰과 자동차 전자부품에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PCB)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세계에서 으뜸가는 회사’라는 뜻의 세일(世一)전자㈜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 다양한 산업에 널리 사용되는 최첨단 인쇄회로기판(PCB)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국내 대표기업이다.

이 회사의 구내식당에 가면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470명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에는 직원들이 선호하는 음식(메뉴)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하고 있다. 영양사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음식을 만들어 제공한다.

올해 세일전자에는 큰 경사가 있었다. GWP코리아가 주관하는 ‘2011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된 것. 대기업 등과 함께 당당하게 일하기 좋은 일터에 이름을 올렸다. GWP는 ‘일하기 좋은 일터’의 약자로 100대 기업에 속했다는 자체만으로 신뢰경영을 실천해 좋은 기업문화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이들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인간중심의 경영으로 임직원 간의 신뢰를 조직문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다.

이 같은 기업문화는 창업 초기부터 온갖 어려움을 신뢰를 바탕으로 극복한 안재화 사장(54)의 리더십이 있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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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인하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덕전자㈜와 한라중공업㈜에서 3년간 직장생활을 했다. 그는 재학시절부터 세계에서 으뜸가는 회사를 키우는 기업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1985년 경기 부천시 도당동에 회사를 창업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쉽게 풀리지 않았다. 창업 초기부터 기술력을 믿고 하이테크놀로지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경쟁업체는 이미 재무구조 등이 탄탄한 큰 업체였다. 원가관리 등에 문제가 생기면서 창업 6개월 만에 투자자금이 바닥났다. 거래하던 식당에 밥값을 주지 못할 정도였다. 한국전력으로부터 전기를 끊겠다는 최후통첩을 받았다. 회사에는 빚쟁이만 찾아와 일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결국 그는 자재납품업체를 일일이 찾아가 양해를 구했다.

“더는 회사를 이끌어갈 형편이 안 된다. 미안하다. 빚은 반드시 갚겠다.” 그런데 한 업체 사장이 “왜 포기할 생각을 하냐. 당신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며 용기를 북돋아 줬다. 그러면서 “내일 당장 PCB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구해 회사로 가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 트럭에 자재를 가득 싣고 회사에 나타난 거래업체 사장은 “내가 사람을 믿고 베팅을 하는 것이다”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안 사장은 “당시 그분의 입장에서는 열정과 기술 하나만 믿고 뛰는 젊은 사장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빚을 모두 갚았다. 몇 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 1988년 서구 가좌동에 자신의 공장을 지었다. 1994년 좀 더 규모를 키워 남동산업단지에 공장을 세웠다.

연간 8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때 안 사장은 ‘이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1996년부터 유럽 자동차나 전자업체 1차 벤더에 PCB를 납품하는 네덜란드 플랫필드와 거래를 시작했다.

그러나 회사는 외환위기라는 삼각 파도에 풍전등화의 신세가 됐다. 주요 거래업체인 기아차 현대전자 대우통신이 잇달아 부도가 났다. 제품을 생산해도 납품할 곳이 없었다.

절망의 순간, 네덜란드 플랫필드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최고경영자가 안 사장에게 “당신의 나라가 어려운 것 같은데 세일전자는 어떠냐”고 물었다.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다고 선포한 날이었다.

안 사장이 “환율 때문에 어렵다”고 말하자 플랫필드 최고경영자는 “내일 당장 선수금으로 10만 달러를 보내겠다. 여유가 되면 천천히 갚아라”며 희망과 용기를 줬다. 몇 년 후 안 사장은 플랫필드 최고경영자가 ‘한국의 정직한 기업을 믿고 투자’한 것이라는 후문을 듣고 크게 감동을 받았다.

세일전자는 현재 고도의 첨단기술이 필요한 경성연성 인쇄회로기판(RFPCB) 등을 생산하고 있다. 1차 벤더를 통해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BMW 혼다 크라이슬러 등에 납품하고 있다. 매출도 2006년 299억 원에서 2009년 605억 원, 2010년 717억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050억∼11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안 사장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친인척 등 특정 집단에 이익이 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치열한 전투현장에서 승리하려면 하루하루를 늘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주문한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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