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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블랙프라이데이, 한국 직구族도 “심봤다”

입력 2011-11-28 03:00업데이트 2011-11-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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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송료 포함해도 반값”… 대거 인터넷 원정쇼핑
경기 수원시에 사는 주부 전영희 씨(32)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였던 25일 밤, 미국 의류 브랜드 ‘갭(GAP)’ 인터넷 쇼핑몰에서 남편의 후드티와 아기용 내복을 샀다. 도착하는 데 열흘 넘게 걸리고 1만5000원 가까이 배송료를 내야 했지만 국내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는 것보다 50% 이상 싸게 살 수 있어 매우 만족했다. 전 씨는 “원래 미국 인터넷 쇼핑몰이 국내보다 20∼30% 싼 데다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까지 겹쳐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샀다”고 말했다. 전 씨는 28일(현지 시간) 미국 온라인 업체들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본떠 만든 ’사이버 먼데이‘ 세일에 맞춰 또 한 번 인터넷 쇼핑에 나설 계획이다. 사이버 먼데이는 추수감사절 연후 이후의 첫 월요일로, 온라인 쇼핑업체들이 집중적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날이다.

전 씨가 해외 인터넷 쇼핑사이트를 큰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주문만 내면 배송을 책임지는 배송대행업체가 있기 때문이다.

또 구매물품이 15만 원 이하라면 국내로 들여올 때 관세와 부가가치세가 면세된다는 점도 해외 직접구매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실제로 2008년 1억5875만 달러 수준이던 해외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올 들어 9월까지 3억2027만 달러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에는 사상 처음 4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 구매대행에서 직접구매로 확대


사실 얼마 전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이베이, 아마존, 디아퍼스, 라쿠텐 등 해외 유명 인터넷 쇼핑사이트가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아마존의 일부 제품(책, CD, DVD 등)이나 일부 대형 쇼핑몰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해외 배송 자체가 되지 않고, 그나마 배송료가 30달러 이상으로 비싸기 때문이다. 일부 구매대행업체를 통한 해외 쇼핑이 있었지만 배송료에 더해 구매액의 10%가량을 추가 수수료로 내야 해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최근 1만5000원 안팎의 배송비를 받고 배송을 대행해주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면서 해외 인터넷 쇼핑이 활기를 띠고 있다. 배송대행업체는 주로 미국 공항 인근에 창고를 차려놓고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한 물건을 대신 받아준 뒤 국내로 들여와 소비자들에게 배송해준다. 배송대행을 활용하면 해당 온라인 쇼핑몰의 각종 쿠폰 및 반짝세일도 100%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해외 인터넷 쇼핑 인기품목은 유아용품, 의류, 운동용품 등이다. 특히 패션이나 육아에 관심이 많은 20, 30대 여성들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면서 해외 인터넷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에는 이른바 ‘해외 직구(직접구매)’ 카페만 175개에 이르고, 복잡한 해외 배송대행 쇼핑을 안내하는 블로그 게시물 수만 1만230개(네이버 기준)에 이른다.

○ ‘블랙 프라이데이’에 주문량 3배 폭증


국내 소비자들은 블랙 프라이데이를 겨냥한 미국 쇼핑몰의 ‘폭탄 세일’에 크게 놀란 모습이다. 한국에서 9만 원에 팔리는 ‘레고 얼티밋 빌딩세트’ 장난감이 미국 쇼핑몰에서는 불과 3만 원에 판매돼, 배송료를 포함해도 5만 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는 것. 노스페이스 바람막이 재킷은 국내에선 15만 원 수준이지만 미국 사이트에서는 배송료 포함해 8만∼9만 원이면 살 수 있다. 국내 최대 배송대행 사이트인 몰테일을 운영하는 코리아센터닷컴 관계자는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을 맞아 주문량이 평소보다 3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귀띔했다.

‘스마트 컨슈머’들의 해외 직접구매는 이미 세계 통상의 주요 이슈로도 떠올랐다. 14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특송 화물로 반입되는 소액 수입품에 대한 면세 최소 기준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주장에 따라 100달러 이하에 대해 면세 기준을 정했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15만 원 상당을 면세해주고 있어 문제가 없지만 면세 한도가 400위안(약 62달러) 수준인 중국 등 일부 국가는 반발하고 있다. 해외 직접구매 열기에 대한 국내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소비자의 해외 직접구매는 마진을 많이 남기던 수입업체나 백화점, 독과점 형태의 산업에 자극이 될 것”이라며 국내 유통구조 개선 효과를 기대했다. 반면 오세조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하는 영세업자들은 직접 글로벌 시장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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