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윤제문…반전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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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8일 07시 00분


윤제문은 천민과 사대부를 오가는 ‘반전 캐릭터’로 SBS ‘뿌리 깊은 나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윤제문은 천민과 사대부를 오가는 ‘반전 캐릭터’로 SBS ‘뿌리 깊은 나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뿌리 깊은 나무’ 반전 육식남 윤제문

평소엔 소탈한 가리온,
연기론 펼칠땐 정기준
현실서도 반전의 사나이
정기준의 실체?
가족에게도 비밀
심지어 한석규 선배도 몰랐어요


“으허허허허허!”

웃음 소리도 외모만큼 시원스럽고 화통한 남자. 그는 진정한 ‘육식남’이었다. 요즘 안방극장 최고의 ‘반전의 사나이’로 떠오른 배우 윤제문(42)의 이야기다.

윤제문은 SBS ‘뿌리 깊은 나무’에서 백정 가리온과 삼대 밀본 정기준을 넘나들며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천민 가리온을 연기할 때는 “헤헤”거리는 웃음과 함께 비굴할 정도로 굽실거리지만, 카리스마 넘친 밀본 정기준으로 변한 순간 눈빛부터 ‘살벌’해진다.

16일 오후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윤제문은 “촬영을 딱 하루 쉬는 날인데…, 아이구 나 같은 사람한테 궁금한 게 뭐가 있는지 그게 더 궁금하다”며 멋쩍은 듯 인사를 건넸다. 소탈하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이 푸근한 가리온. 하지만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어느 새 정기준으로 변했다.

●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한 정기준 정체…반전이 제맛”

“요즘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자 대뜸 너털웃음부터 터트렸다. “주위에서 ‘인터넷 검색어 몇 위에 올랐다’고 말해주면 아, 그런가보다 한다.” 말은 이렇게 해도 요즘 그는 시간이 나면 인터넷 검색창에 ‘윤제문’이라고 쳐서 팬들의 반응을 살피곤 한다. “‘육식남’이라는데 무슨 뜻인지 몰라 그냥 웃었어요. 난 육식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허 참. 주위의 반응을 특별히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에요.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다는 정도? 참, 어느 분이 정기준을 보고 ‘양아치처럼 연기한다’라고 욕을 하더라고요. 그거보고 ‘더 양아치처럼 해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그 양반 약 오르게…. 하하하하”

3일 방송에서 가리온이 정기준이었다는 사실에 많은 시청자들이 경악했을 때 그는 속으로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실제로 함께 출연하는 한석규도 그가 정기준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어서 보안에 신경을 썼어요. 촬영장에서 다들 ‘정기준이 누구냐’고 궁금해 했지만, 저만 빼고 아무도 몰랐죠. 오죽했으면 우리 가족도 몰랐으니까요.”

윤제문은 이번처럼 극적 반전이 있는 역할을 좋아한다. 전작인 ‘마이더스’에서도 차가운 재벌2세지만, 알고보면 허당스런 모습이 숨어 있었다. 영화 ‘차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 다른 인물로 바뀌는 건 연기할 때도 재미있거든요. 무엇보다 대본이 재미있으니까요. 작가가 글을 잘 써서 저는 그냥 연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만 연기하는 건 아니에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없고요. 재미있고! 역할 괜찮고! 돈 많이 주면 장땡이죠. 하하하.”

● “장혁이 추천한 드라마…한석규 선배와 만나 기뻐”

‘뿌리 깊은 나무’는 ‘마이더스’를 촬영하던 중 함께 출연한 장혁이 추천한 작품이다. “어느 날 혁이가 ‘형이 했으면 좋겠다’고 ‘강추’를 하더라고요. 알았다고 하고 회사를 통해 알아보니 (회사에서는)또 따로 진행하고 있었던 거예요. 혁이가 고맙더라고요. 하, 혁이가 다음 작품도 같이 하자고 하면 좋겠는데… 하하하하하.”

또한 평소 좋아했던 선배 한석규와 호흡을 맞춰서 좋다고 흐뭇한 미소를 띄었다. “한석규 선배는 정말 어마어마해요. 드라마 ‘서울의 달’ 때부터 좋아하는 선배였죠.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랄까요. 현장에서도 ‘딱’ 세종이에요. 평소 모습도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 같거든요.”

윤제문은 예상 외로(?) 잘 웃었다. 만나보면 180cm의 장신이지만 TV 화면에서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얼굴이 커서 그렇다”고 웃는다. 언뜻 첫인상은 잔뜩 심통난 사람처럼 무서워 보이지만 속마음은 절대 그렇지 않단다. 동료 연기자들에게 ‘귀요미’로 통할 정도다. “그렇게 시니컬하고 무뚝뚝하게 보이나요? 다들 그러네요. 쉽게 접근하지 못하겠다고. 그렇게 보는 걸 나도 느껴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휴, 누구처럼 ‘슥’ 쳐다봐도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데 아쉽네요. 한석규 선배는 현장에서 ‘제문아 좀 웃어라. 네가 안 웃으면 주변이 힘들어진다’라고 말하더라고요. 잘 웃는데, 웃는 게 웃는 게 아닌가?”

지인들이나 가족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주로 연극이나 영화에서 개성 넘친 연기를 펼치던 그가 요즘 누리는 대중적 인기를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에이, 뭘 그런 걸 물어봐요? 가족이니까 당연히 ‘잘한다. 잘한다’ 하죠. 두 딸이 있는데, ‘아빠 신세경 언니랑 친해?’라고 묻기는 하더라고요. 하하하.”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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