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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北 정치범수용소서 태어난 신동혁 씨, 美의회서 인권유린 실태 증언

입력 2011-11-16 03:00업데이트 2011-11-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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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결혼’하면 인간 아닌 죄수 태어나”
14일 미국 의회에서 만난 탈북자 신동혁 씨.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세상에는 간수와 죄수밖에 없는 줄 알았습니다. 일 잘하는 죄수들에게 주어지는 ‘표창 결혼’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제도를 통해 아이들이 수용소에서 태어납니다. 저도 1982년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14일 미국 의회 하원의사당 비지터센터 201호실. ‘북한 자유 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8차 총회에 신동혁 씨(29)가 증인으로 섰다. 그의 부모는 1965년 북한정치범 수용소 평안남도 개천시 제14호 개천수용소로 끌려갔다. 신 씨는 “부모가 말을 잘 듣고 일을 잘한 대가로 수용소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어 형과 내가 태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받은 교육은 간수로부터 ‘나는 인간이다. 하지만 너희들은 인간이 아니라 죄수들이다. 네 부모는 원래 죽어야 했지만 살아남았다. 살아 있는 데 대해 감사하며 노동으로 보답하라’는 말을 들은 것이었다”고 했다.

이날 증언이 끝난 후 기자는 신 씨와 따로 만나 수용소 실태를 들었다. 그는 1989년 당시 일곱 살짜리 여자 아이가 간수에게 얻어맞아 죽은 일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간수가 매일 아이들 몸 검사를 하면서 먹을 것을 숨기고 있는지 검사합니다. 조그만 여자 아이 호주머니에서 밀 이삭 5개가 나왔습니다.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배가 고파 밀 이삭을 땄다가 미처 다 먹지 못하고 호주머니에 넣고 있다가 들킨 것이었습니다. 간수는 ‘내가 이렇게 가르쳤느냐’고 화를 내면서 아이를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머리를 너무 맞은 아이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습니다. 간수가 엄마 있는 곳으로 데려가라고 해서 업고 갔는데 다음 날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수용소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땅바닥에 떨어진 곡식도 주워 먹으면 안 되는데 곡식을 마음대로 뜯어왔기 때문에 처벌받은 것이라는 게 당시 간수들의 설명이었다고 한다. 신 씨는 “이런 말을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아까 의원들도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났겠느냐고 반신반의했다. 나는 증언 외에 달리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용소에서 매 맞고 거꾸로 매달려 고문을 당하고 심지어 불고문도 당했다. 그렇게 당해 생긴 내 몸의 상처가 북한 수용소 실태에 대한 생생한 증거”라며 “너무 배가 고파 탈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매 맞고 총 맞아 죽는 것을 보면서 이게 우리의 운명이구나 생각했고 다른 생각을 할 수조차 없었다”고 털어놨다. 총을 들고 서 있는 간수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고 죄수복을 입고 있는 자신은 늙어 죽을 때까지 죽도록 일을 해야 하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1996년 수용소를 탈출하다가 붙잡혀 공개처형을 당한 어머니와 형의 모습을 잊지 못했다. “아버지와 함께 총살 현장을 직접 보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담담하게 얘기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그는 결국 2005년 1월 2일 수용소를 탈출해 중국으로 도망갔다.

그는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있는 동료 죄수들을 떠올리며 “자신들의 처지를 모르기 때문에 아직도 당하고 있다”며 “하지만 북한 주민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도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무아마르 카다피가 붙잡히는 것을 TV로 보았다는 그는 “리비아는 외부 정보도 들어가고 인터넷도 되기 때문에 북한과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며 “북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신 씨는 “죽음이 바로 코앞에 있지만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곳이 바로 북한”이라며 “리비아의 민주화 운동 같은 것이 일어날 것이라는 상상은 꿈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탈북 후 어렵게 한국에 정착한 그는 현재 미국에 머물면서 북한 인권 상황을 고발하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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