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멜로 뻔한데…난, 또 왜 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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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8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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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방송 중인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주인공 김래원(왼쪽)과 수애는 알츠하이머병도 가로 막을 수 없는 절절한 사랑을 나누며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사진제공|SBS
인기리에 방송 중인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의 주인공 김래원(왼쪽)과 수애는 알츠하이머병도 가로 막을 수 없는 절절한 사랑을 나누며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다. 사진제공|SBS
가진 건 자존심 밖에 없는 가난한 여자,
그리고 그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
둘은 남자의 결혼식까지 시한부 사랑을 하기로 한다.
남자의 결혼 날짜가 다가오자 둘은 아픈 이별을 한다.
이어 여자는 이별의 아픔도 감당할 겨를 없이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 것을 안다.
그 사실을 안 남자는 파혼을 선언하고 여자를 지켜주려고 한다.


■ ‘천일의 약속’ 인기 비결 3

1. 살아있는 캐릭터·심리묘사 섬세 ‘신선’
2. 군더더기 없는 빠른 이야기 전개 ‘몰입’
3. 속사포 대사, 거슬리거나 매력적이거나


‘월요병’도 잊게 해준다는 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

방송 후 여성시청자들은 드라마 시청자게시판과 각종 온라인게시판을 통해 “내가 수애”라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온라인검색어에는 드라마와 관련된 단어가 도배된다. 이렇듯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단순하고 뻔한 드라마가 왜 이렇게 인기 있는 것일까.

● 속도와 리얼리티 가미, 신파 멜로의 진화

‘천일의 약속’은 김수현 작가가 4년 만에 내놓은 멜로 드라마다. 김수현 작가가 방송 전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꽃말을 가진 ‘물망초’를 가제로 할 만큼 이번 작품은 철저하게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일흔을 바라보는 노 작가가 펼치는 사랑이야기지만 절대 진부하지 않다. 줄거리만 보면 뻔한 사랑이야기지만 마치 손에 잡힐 듯한 실감나는 캐릭터와 섬세한 심리묘사를 통해 신선한 느낌으로 와닿는다.

애절한 감정을 강조하는 멜로물이 자칫 빠지기 쉬운 축축 늘어지는 전개도 없다. 7일까지 7회가 방송될 때까지 드라마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이어졌다. 매회 사랑과 이별, 알츠하이머병 발견, 이를 알게 된 가족들의 이야기 등이 민첩하게 이어졌다.

● “대사 고치라는 건 가수에게 목소리 바꾸란 것”

감각적이면서 상황을 적절하게 담는 ‘김수현 표 대사’도 여전하다. 일부에서 마치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를 두고 ‘귀에 거슬리고 문어체는 오글거린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이 김수현 드라마의 매력’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김수현 작가도 트위터를 통해 “그렇게 힘들면 김수현 드라마를 외면하세요. 나한테 말투 고치라는 건 가수한데 딴 목소리 노래하란 겁니다. 그건 불가능해요. 내 대사가 바로 김수현이니까요”라고 당당하게 반론을 펼쳤다.

● “뻔한 소재로 만인의 공감 일으키는 힘 탁월”

시청자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천일의 약속’이 보여준 멜로드라마의 진화를 인정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스포츠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디테일한 감정 묘사가 뛰어나고 뻔한 소재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알츠하이머병을 사랑과 연결시켜 감정이 메말라있는 시대에 잃어버린 감성적인 부분들을 되찾게 해주고 있다”면서 “불치병을 다른 드라마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다뤘던 것과 달리 이 드라마는 알츠하이머병을 통해 사람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돌이켜보고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자기 성찰을 하게끔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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