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덜커덕 투구폼’ 이상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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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일 07시 00분


왼발을 내디딜 때 한번 덜커덕 걸리는 듯한 오승환의 투구폼. 그 역시 어릴 때부터 독특한 투구폼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타자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는, 오승환만의 무기로 자리잡았다. 스포츠동아DB
왼발을 내디딜 때 한번 덜커덕 걸리는 듯한 오승환의 투구폼. 그 역시 어릴 때부터 독특한 투구폼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타자의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빼앗는, 오승환만의 무기로 자리잡았다. 스포츠동아DB
■ 한국시리즈 MVP 오승환이 털어놓은 ‘나의 투구폼’

어릴때부터 길들여진 습관…“나도 어색해”
“이중동작 오해…고치려고 노력했지만 안돼”
프로선 타자들 타이밍 뺏는 또 하나의 무기


삼성 오승환(29)은 현존 최고 소방수를 넘어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의 마무리투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끝판대장’이라는 별명처럼 최고의 마무리 솜씨를 발휘했다. 삼성이 승리한 4경기에 등판해 3세이브를 올렸다. 신인 시절이던 2005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 MVP 수상. 상대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독특한 투구폼과 ‘알고도 못 친다’는 그의 돌직구는 다시 한번 화제에 올랐다. 오승환은 이에 대해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와 함께 자신만의 일화를 들려줬다.

● 멀리던지기의 최강자, 돌직구 비결

오승환은 화곡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유니폼을 입었다. 보통 초등학교 3∼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늦게 입문한 셈. 그런데 야구를 하게 된 동기가 바로 멀리던지기 대회 때문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멀리던지기를 했는데 학교에서 가장 멀리 던졌다. 그러면서 눈에 띄어 야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마디로 타고난 어깨의 소유자다. 현재도 훈련 때 100m 거리의 롱토스는 거뜬히 소화한다. 그것도 전력으로 던지는 게 아니라 마치 투구를 할 때처럼 가볍게 던지는데 거의 직선으로 날아간다. 스프링캠프 때 그의 롱토스를 지켜본 오치아이 투수코치는 “직선으로 날아가는 건 일본에도 드물다. 멀리, 그리고 똑바로 날아가려면 밸런스가 완벽해야 한다.

보통 밸런스를 잡기 위해 롱토스 훈련을 하는데 오승환의 밸런스가 완벽하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종종 그의 롱토스 파트너가 되는 안지만은 “승환이 형은 멀리 던지기를 하면 120m 이상은 충분히 던질 것 같다”고 말했고, 다른 선수들은 “마음먹고 던진다면 130m도 넘길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멀리 던지기에 관한한 경쟁자가 없다. SK 최동수는 “멀리 던진다는 것은 폴로스루가 좋다는 얘기인데, 그런 투수는 볼끝도 좋다. 오승환은 그래서 볼끝도 좋은 것 같다”고 해석했다. 살아있는 돌직구의 비결이다.

● 덜커덕 투구폼 “내가 봐도 이상해”

오승환의 투구폼은 독특하다. 특히 스트라이드 때 자유족인 왼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한번 덜커덕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타자들은 이 때문에 오히려 타이밍을 맞추기 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오승환은 자신의 투구폼에 대해 “어릴 때부터 나도 고민이었다. 야구를 시작할 때 투수를 했는데 그때부터 나도 모르게 이런 투구폼이 나왔고, 습관이 돼 버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투구폼을 보통 투수들처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한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초등학교 때 컨트롤이 없어 다른 포지션으로 옮겼다. 중학교, 고등학교로 넘어가면서도 투수를 하기는 했지만 외야수, 유격수, 포수 등을 돌아다니기도 했다”고 말한 뒤 “어릴 때 내 투구폼이 이중동작 오해를 받을 수도 있어 고치려고 새벽부터 일어나 훈련도 해봤지만 고쳐지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그러면서 “가끔씩 왼발이 땅을 긁고 들어가는 느낌도 들지만 이젠 이게 자연스럽다. 던질 때는 나도 남들하고 똑같이 던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TV를 보면 나도 내 투구폼이 이상하다”며 웃었다. 한때는 그의 고민이었던 ‘덜커덕 투구폼’이 이제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또 하나의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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