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함재봉]중국의 부상과 한국의 안보 위기

동아일보 입력 2011-09-01 03:00수정 2011-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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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중국은 기존의 국제질서에 편입할 것인가, 아니면 도전할 것인가? 이 질문은 지난 20여 년간 국제정치학자 사이에서 무수히 논의돼 왔다. 어떤 이들은 오늘의 국제질서 속에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리고 있는 중국이 그 질서를 흔들 이유가 없다고 한다. 과거 소련이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공산주의’를 내세우면서 미국과 체제 경쟁을 벌였다면 중국은 개혁개방정책 채택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국제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따라서 중국이 기존 국제질서 내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고 더 큰 지분을 요구할망정 체제 자체를 부정하거나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소위 ‘화평굴기’ 이론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새로이 부상하는 강대국이 기존 패권국과 충돌하는 것은 필연이라고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은 급부상하는 독일이 영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도전하면서 일어났고,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과 일본이 영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도전하면서 일어났다. 냉전 역시 체제문제를 떠나 소련이라는 새 강대국이 기존의 패권국인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일어났다. 소위 ‘수정주의 국가’ 이론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세는 ‘화평굴기’주의자들 편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러나 2008년 시작된 미국의 경제위기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뿐 아니라 오히려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이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맹렬한 속도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한편 국제사회의 여러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자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는 새로운 패권국이라는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中, 국제사회서 목소리 점차 높여

최근 중국 경계론자들이 제시하는 논지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중국경제의 규모에 관한 것이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자신보다 규모가 큰 경제를 가진 상대와 대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과거 독일이나 일본은 미국에 도전할 당시 인구나 경제 규모, 영토나 부존자원 등에서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런 독일과 일본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도 미국은 다년간의 총력전을 펼친 후 간신히 승리할 수 있었다. 소련은 인구나 영토, 부존자원, 핵무기에서는 미국에 뒤지지 않았지만 경제체제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경제력만큼은 미국에 근접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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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국은 전혀 다른 경우다. 중국은 인구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영토나 부존자원도 미국에 뒤지지 않는다. 경제는 시장경제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1인당 총생산은 4200달러로 미국의 10%에 못 미친다. 그러나 인구가 미국의 4배에 이르기 때문에 1인당 총생산이 미국의 25%만 되더라도 국가 총생산은 미국과 같아진다. 현재 중국은 연 10%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0%, 2009년 ―2.6%, 2010년 2.8% 성장했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다.

두 번째는 중국 체제의 지속성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분석가는 중국의 경제가 커지고 다원화될수록 공산당 일당독재체제는 점차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한국과 대만의 경우와 같이 경제발전은 필연적으로 민주화를 수반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요즘은 중국식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내지는 ‘국가자본주의’가 충분히 지속 가능한 체제라는 논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하나같이 정치적 무기력감과 마비현상을 보이고 있다. 필요한 정책을 과감하고 일사불란하게 수립하고 집행하는 중국식 체제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중국식 체제는 자유민주주의로 가는 중간단계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반도상황 예측불허 전개될수도

중국이 공산당 일당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 세계 최대의 경제가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지 않아도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커지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전혀 못하는 것이 우리다. 중국은 현재의 경제력을 갖고도 북한체제를 유지시키는 데 별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만일 중국경제가 훨씬 더 커지고 강력해진다면 북한체제를 다시 일으키는 것은 식은 죽 먹기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중국으로선 같은 일당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동맹국 북한을 경제적으로 부흥시키고 싶은 동기가 생길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 한반도의 상황은 우리의 의지나 전략과 상관없이 전개될 수 있다.

우리는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건설해 왔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도 우여곡절 끝에 튼튼한 기반 위에 올려놨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은 우리에게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는다. 우리가 역사의 종착역이라고 생각한 체제와 그것을 지켜줄 수 있는 최선의 안보전략이라고 생각한 동맹체제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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