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다큐 ‘이승만’ 이달 방송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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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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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단체 반대로 제작 차질… 광복절 방영 무산에 비난글

이승만 전 대통령
이승만 전 대통령
KBS의 5부작 다큐멘터리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광복절 방영이 무산된 데 이어 이달 중 방영도 불가능하게 됐다.

KBS 홍보실은 16일 “민족문제연구소를 포함한 일부 시민단체가 프로그램의 객관성을 문제 삼는 바람에 제작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막바지 취재 및 보완작업을 하려면 이달 중 방송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KBS는 올해 10대 기획 중 하나인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의 첫 순서로 이승만 편을 기획하고 광복절에 맞춰 5부작으로 내보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90여 개 시민단체들이 ‘친일독재찬양방송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8월 2일부터 KBS 앞에서 “공영방송이 친일파의 아버지이자 독재자인 인물을 미화하려 한다”며 천막농성을 벌였고 KBS는 결국 이 다큐멘터리의 광복절 방영을 포기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주도하는 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의 방학진 사무국장은 지난달 중순 KBS 본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8월에는 이승만 찬양 다큐멘터리 (…) 9월에는 박정희 기념관이 상암동에서 문을 연다. 내년 12월에는 미국 대사관 옆에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이 들어선다”며 “앞으로 (집회에 참석한) 여러분을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고 말해 대한민국 역사관(觀)과 관련된 움직임에 대해 지속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승만 다큐멘터리가 논란이 되자 KBS는 8일 김규 한국방송학회 초대회장, 유영익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 강대영 전 KBS 부사장,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승만에 대한 기존 프로그램 중 가장 균형 잡힌 시각의 잘된 평전”이라는 평가와 “남한 단독정부 수립 등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당시 국제 정세나 국내 사정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인석 KBS 다큐멘터리 국장은 “어느 쪽에도 편향되지 않은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할 예정”이라며 “다음 주말에는 방송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승만 다큐멘터리의 광복절 방송이 불발되자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KBS를 성토하는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 류성실 씨는 “그동안 (이승만 대통령의) 과오만 부각돼 왔다. 지금의 한국이 있도록 기초를 세운 건국 대통령을 광복절에 방송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공영방송조차 그 일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박은경 씨는 “수신료를 내는 사람으로서 나의 권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KBS는 취소했던 이승만 대통령 특집을 방송하고 (원래 편성 일정이) 취소된 데 대해서도 분명히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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