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마광수에 대한 오해 풀려고 야하지 않은 삶 담았죠”

동아일보 입력 2011-08-13 03:00수정 2011-08-1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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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말의 수기/마광수 지음/280쪽·1만3000원·꿈의열쇠
마광수 교수는 “야(野)한 정신이 있어야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꿈의열쇠 제공
“저는 소설에 메시지를 남기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올해 제 나이도 환갑인 데다 평소 작품에 메시지가 없다는 말을 많이 듣다 보니, 이번 소설엔 제 생각과 주장을 담고자 했어요. 내는 책마다 ‘19금’ 딱지가 붙어 이번엔 피해가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죠. 허허.”

돌이켜보면 1992년 ‘즐거운 사라’ 필화 사건만큼 어처구니없는 일이 없다. 고작 20년이 지났을 뿐인데, 지금은 너무 적나라해 오히려 아무런 야함도 느껴지지 않는 음란물이 넘쳐나니 말이다. 어찌됐든 ‘즐거운 사라’는 다소 튀긴 하나 잘나가던 마광수 교수(60)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후 ‘마광수=야한 여자’였다. 마니아 팬과 함께 안티 팬도 따라다녔다. 그런데 안티를 자처하면서 그의 작품을 보지 않은 이들도 적지 않다. 그저 교수라는 사람이 ‘야한 여자’를 좋아하고 경박하게 섹스를 논한다는 이유로 그를 싫어한다.

마 교수는 “나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이번 신작을 집필했다”고 했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이 소설은 전혀 야하지 않다. 그 대신 마 교수의 삶과 속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야(野)한 정신’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의 ‘야한 정신’은 과거보다 미래, 도덕보다 본능, 질서보다 자유, 정신보다 육체, 전체보다 개인, 절제보다 쾌락에 가치를 매기는 정신이다. 그래야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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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 같은 ‘수필 식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때그때 작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념을 편안하게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독자에 따라선 “이게 무슨 소설이야”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해 마 교수는 “소설 장르를 좁게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은 철학적 사유를 담은 사(私·개인의 경험을 허구화하지 않음)소설”이라고 했다.

‘창조’ ‘희망’ ‘사랑’ ‘에로스’ ‘독서’ 등으로 장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글을 전개했는데, 우리나라 문인들의 ‘위선적’ 집필 성향을 꼬집은 독서 부분이 흥미롭다.

마광수 교수가 그린 ‘만돌린을 켜는 여자’(ㅇ), ‘별빛 속을 날다’.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통해 원초적인 ‘야함’을 추구하고자 했다. 꿈의열쇠 제공
“요즘 문인들의 문장은 주부와 술부의 거리가 마라톤 코스만큼 긴 것 같다. 난해한 문장과 수동태 및 이중부정의 남발에는 골머리가 쑤신다. 무슨 문학상을 받았다고 잘난 척 떠들어대는 젊은 작가들의 글은, 내용은 고사하고 우선 문장부터가 더러워서 도저히 못 읽겠다.”

작품 중간 중간에 그가 직접 쓰고 그린 시와 그림이 여러 편 수록돼 있다. 한때 국문학이 아닌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이 떠올랐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국문학 교수가 아닌 자유로운 예술가가 됐다면, 그의 인생이 조금 달라졌을까. 그의 작품을 읽는 내내 저자의 마른 체구와 볼이 움푹 파인 얼굴, 긴 손가락이 떠올라 마음이 짠했다. 책 도입부의 서시(序詩)는 그의 심경이리라.

“별것 아닌 인생이 이렇게 힘들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사랑이 이렇게 사람을 괴롭힐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도덕이 이렇게 스트레스를 줄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세상이 이렇게 복잡할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글이 이렇게 수다스러울 수가 없네. 별것도 아닌 똥이 이렇게 안 나올 수가 없네.”(‘별것도 아닌 인생이’)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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