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는 지금 해외 패션브랜드 쇼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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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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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가방 브랜드 ‘만다리나덕’ 인수
해외시장서 본격 몸집키우기 나서

이랜드그룹이 해외 패션 브랜드를 연이어 인수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기 침체로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속속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랜드는 인지도 높은 유럽 브랜드를 싼값에 사들여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랜드는 최근 이탈리아 프리미엄 가방 브랜드 ‘만다리나덕’을 소유한 이탈리아 부라니그룹과 만다리나덕 지분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인수 금액은 금융부채를 포함해 약 700억 원이다. 2008년 부라니그룹이 전 대주주인 핀덕그룹으로부터 만다리나덕을 인수하면서 지불했던 5600만 유로(약 840억 원)보다 100억 원 이상 싼 금액이다.

부라니그룹이 이처럼 매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만다리나덕 매각을 감행한 이유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그룹의 경영난 때문으로 알려졌다. 만다리나덕의 대주주인 안티치 펠레티에리 씨는 2008년 이후 매년 매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최근 주요국의 재정위기 등으로 많은 유럽 기업이 싼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다”며 “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 만다리나덕을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랜드는 비록 만다리나덕의 재무 성적표가 그리 좋지 않지만 현재 4200여 개에 이르는 이랜드의 중국 내 판매망을 활용하면 만다리나덕의 조기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자신한다. 이랜드는 올 초 미국 패션잡화 브랜드 케이트스페이드와 중국 내 유통을 위한 조인트 벤처를 세우며 가방 등 잡화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이랜드는 만다리나덕을 비롯해 최근 유럽 패션 브랜드들을 속속 인수하며 해외 시장에서 몸집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해 이탈리아 구두 브랜드 ‘라리오’, 이탈리아 여성용 스포츠의류 ‘벨페’, 영국 스코틀랜드 캐시미어 브랜드 ‘피터스콧’, 역시 스코틀랜드 니트의류 ‘록캐런 오브 스코틀랜드’ 등을 인수했다. 1995년에는 영국의 정통 더플코트를 만드는 ‘글로버롤’을 인수했다. 이 중 ‘벨페’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브랜드를 전개하며 중국 내 영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최근 해외시장을 향한 이랜드의 공격적인 행보가 국내 패션업체들의 해외 M&A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패션회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신규 브랜드를 전개하는 것보다 유통망이 잘 갖춰진 해외 현지 브랜드를 인수하는 편이 위기 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국내 패션회사 가운데 MCM, 휠라, 루이까또즈 등이 국내에서 상표권을 들여와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다가 역으로 모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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