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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문화

[문학예술]“게임속에선 난 영웅” PC방 폐인 탈북청년의 외침

입력 2011-07-16 03:00업데이트 2011-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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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강희진 지음/336쪽·1만2000원·은행나무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포악한 황제의 성(城)에 혁명군들이 집결했다. 황제의 친위대는 강력하고 하늘에는 황제의 신복(臣僕)인 용들이 불을 뿜지만 자유를 위한 민초들의 항거는 치열하다. 끝없이 몰려드는 혁명군들, 결국 황제는 거대한 인파에 파묻혀 최후를 맞는다.

이런 치열한 세상은 롤플레잉 게임 ‘리니지’ 속의 설정이다. 가상 세계에서 민중의 봉기를 주도했던 전사들은 현실에선 ‘게임 폐인’들로 불릴 뿐이다. 이 소설은 2004년 ‘리니지2’의 서버 ‘바츠’에서 일어났던 ‘바츠 해방전쟁’을 줄거리로 당시 혁명을 주도했던 게임유저들이 사실은 탈북자였다는, 색다른 발상의 전환을 시도했다.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바츠 해방전쟁을 이끌었던 서하림은 가족을 북에 두고 온 20대 청년 탈북자다. 유흥주점 호객꾼으로 일하는 그는 씻지도 않고 한 달 가까이 PC방에서 죽치는 폐인이지만, 게임 속에선 영웅이다. 결국 게임을 하다 실신해 병원에 실려 간 그는 의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전, 군줍니다. 폼 나잖아요. 근데 당신은 뭡니까?”

작가는 현실과 게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다양한 탈북자들의 얘기를 한 겹씩 벗겨낸다. 그들의 탈북기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재를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피폐한 일상을 상세히 그린다. 하지만 젊은 탈북자들이 마약을 하거나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맺는 모습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노출돼 되레 현실감을 잃는 듯하다. 작품은 ‘한 공원에서 신원미상 사체의 일부가 발견됐다’로 시작하며 사체의 신원과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또 하나의 축으로 끌고 가지만 후반까지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한다. 마지막에 유력한 용의자의 자백이 툭 튀어나올 때는 다소 허무하기도 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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