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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공직비리 대대적 감찰, 얼어붙은 관가]“골프장 부킹 명단중 ‘영일’ ‘호림’은 공무원”

입력 2011-06-17 03:00업데이트 2011-11-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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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접대실태 들여다보니…
“감독맡은 총리실-감사원도 남의 차 타고 가서 라운딩… 승진 포기자일수록 노골적”
최근 감사원과 국토해양부 등의 비위 사실이 줄줄이 드러나고,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강하게 질타하면서 공무원의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공무원 부정부패의 한 단면인 기업들의 접대 실태를 들여다본 결과 비리는 매우 다양하고 뿌리 깊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과거보다는 공직사회가 많이 투명해져서 비리 공무원은 일부에 그치지만 이들이 저지르는 비리의 해악은 크다”고 말했다.

기업 접대를 통해 가장 흔히 드러나는 공무원 부정부패의 유형은 리베이트 수수, 가족 등 주변인에 대한 편의 제공 강요, 내부행사 협찬 요구, 일명 ‘속행비’라는 명목의 금품 수수 등이었다. 흔히 감찰이나 수사에 걸리는 공무원의 비리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한 대기업 인사는 “정부가 공직 기강을 잡는다고 해도 공무원을 감시하는 총리실, 감사원 직원들도 남의 차를 타고 가서 가명으로 골프를 친다. 기업이 공무원 골프 부킹을 해줄 때 ‘영일’(01·홀마다 파 아니면 보기를 하겠다는 뜻)이나 ‘호림’(虎林·타이거 우즈)이라는 가명을 많이 쓰는데 그러면 골프장에서도 알아서 VIP 대접을 해준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중앙부처나 고위공무원의 경우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는 많이 줄었고, 출장 수행이나 세미나 지원, 가족휴가 예약 같은 간접적 접대를 선호한다고 털어놓았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승진을 포기한 공무원 가운데 여전히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이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의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시청, 군청, 환경, 노동, 세무 공무원들을 일일이 챙겨야 한다. 체육대회, 송별회, 송년회, 경조사마다 업체끼리 돈을 걷는다”고 말했다. 다른 중소기업 임원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먹이사슬을 흔히 ‘갑을(甲乙) 관계’라고 하지만 공무원과 기업의 관계는 ‘슈퍼갑과 을’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한국 공무원은 접대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해외로 퍼지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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