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트 허브’ 꿈꾼다]<下>역동적인 문화 현장

동아일보 입력 2011-06-14 03:00수정 2011-06-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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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西미술의 가교” 실험정신 끓는다
①포탄 지역의 공장형 건물에 작업실을 마련한 홍콩의 조각가 대니 리 씨. ②실험적 미술작업을 소개해온 대표적 전시공간 ‘파라/사이트’. ③아시아 현대미술의 흐름을 수집 기록해온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의 클레어 수 대표. ④홍콩에 진출한 미국 가고지언 갤러리에서 열린 리처드 프린스의 작품전.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국제도시로서 문화 위상을 높이기 위한 홍콩의 도약은 공공 부문의 투자와 더불어 문화 현장의 자유롭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뒷받침하고 있다. 동서양의 만남이 이뤄지는 관문도시답게 아시아와 서구를 잇는 네트워크 활동이 전개되고, 실험적 전시공간과 국제미술시장의 일급 갤러리가 어우러지면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중 아시아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영문 사이트를 운영하는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Asia Art Archaive)’의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이 단체는 2000년 설립된 비영리 기관으로 아시아 시각 예술의 흐름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자료실에서 출발해 미술계 담론을 이끄는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아시아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해온 이 단체는 1차적으로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디지털화한 뒤 영어 중국어 한국어 등으로 구성된 웹사이트(www.aaa.org.hk)에 소개하고 있다.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위해 전문적 영문사이트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서 이들의 앞선 활동은 참고할 여지가 있다.

○ 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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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소호 지역에 자리한 아시아 아트 아카이브는 온라인 검색시스템뿐 아니라 직접 자료를 찾을 수 있는 공간도 갖췄다. 서가들이 줄이은 열람실에 들어서면 ‘월간 미술’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 등 한국의 미술잡지와 전시도록을 비롯해 각국 미술자료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만난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인 클레어 수 씨는 “보이지 않는 역사를 눈앞에 보이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작업”이라며 “수동적 자료 수집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예술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이끌어내고 아시아 미술의 네트워크로 활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한국 인도 일본 등 8개국에 자체 연구원을 두고 있으며 주요 인사를 인터뷰해 영상물을 자체 제작하는 등 개별 국가의 미술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수 대표는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해 교육과 공공 프로그램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며 “홍콩국제아트페어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아시아 작가들을 초청해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인데 여기에 참여했던 ‘장영혜 중공업’의 작품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정부 지원을 일부 받긴 하지만 대부분의 예산은 작가와 갤러리가 작품을 기증하는 자선경매, 개인과 기업의 기부금 등 지역의 후원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 로컬과 글로벌의 조화

소호 주변에는 혁신적 작업을 소개하는 비영리 전시공간 ‘파라/사이트(Para/Site)’와 아시아 미술을 중점 소개하는 ‘캣 스트리트 갤러리’ 등 현지 화랑이 모여 있다. 또 센트럴 지역의 페더 빌딩엔 미국 가고지언 갤러리, 영국 벤 브라운 파인아트 등 유명 갤러리가 새로 개관해 리처드 프린스 전시 등 미술관급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땅이 비좁은 홍콩에서 작업실과 갤러리를 열기란 쉽지 않다. 10여 년 전부터 미술계 사람들은 시 외곽 산업시설을 찾기 시작했다.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남아도는 창고와 공장건물을 싼값에 빌려 작업실과 갤러리로 활용하면서 칙칙했던 공장지대가 창작의 열기가 살아 숨쉬는 예술현장으로 거듭났다. 중원대 인근에 자리한 포탄(FOTAN)예술촌도 그런 곳이다. 1월 작업실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에선 80개 작업실, 작가 260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미로같이 긴 복도로 이어진 한 빌딩형 공장에는 정비공장, 인쇄소와 함께 홍콩 작가는 물론이고 유럽 작가의 스튜디오와 갤러리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 12층에 작업실을 둔 조각가 대니 리 씨는 “산업시설이라 천장이 높아 작업하기 편하고 다양한 작가를 볼 수 있어 분위기도 좋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규모 문화인프라를 구축해 세계적 건축가와 예술가를 끌어 모으고, 현장에선 아시아와 세계가 소통하는 문화활동을 꽃피우는 도시. 21세기 세계 문화지형도에서 홍콩이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쏠린다.

홍콩=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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