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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글로벌 달구벌]최대 약령시 있던 대구, 첨단의료 메디시티로 거듭난다

입력 2011-05-19 03:00업데이트 2011-05-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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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중반 전국 서너 곳에 대규모 한약재 시장인 약령시(藥令市)가 조성됐다. 그중에서 대구 약령시는 가장 규모가 큰 국제시장이었다. 지금은 명성이 많이 퇴색했지만 맥(脈)은 여전히 뛴다. 대구 중구 남성로 800여 m 골목에 한의원과 한약재상 180여 개가 밀집해 있어 지나기만 해도 보약을 먹는 기분이 든다. 대구 동구 신서동 대구혁신도시지구 안에 조성 중인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약령시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측면이 있다. 작은 골목이 아니라 대구 전체가 메디시티(의료도시)로 날아오르는 중심축이다.

팔공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조성되는 의료단지는 2009년 8월 정부 지정 이후 지금 터 닦기가 한창이다. 대구, 나아가 대한민국의 의료산업 경쟁력을 열어갈 역사적 현장이다.

대구시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 지구에 터를 닦고 있는 첨단의료복합단지. 8월 주요 시설 기공식과 함께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의료단지는 혁신도시 지구 422만 m²(약 127만 평) 가운데 103만 m²(약 31만 평) 규모로 전체의 24%가량을 차지한다. 올해 8월 4개 핵심센터 착공을 시작으로 2012년 12월까지 주요 시설을 모두 완성하면 2038년까지 6조원 가량을 투입해 첨단의료산업으로 육성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최적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임상 시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생명과학산업의 글로벌 상업화 중심축’이라는 큰 꿈을 향해 긴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단지의 성공은 의료 관련 기업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대구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20분가량 떨어진 곳이어서 접근성은 좋은 편이지만 비교적 높은 분양가가 걸림돌이다. 대구시는 당초 3.3m²(1평)당 293만 원이던 분양가를 236만 원으로 낮춘 데 이어 150만 원대로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그동안 기업 유치를 위해 체결한 양해각서를 보면 의료단지의 미래가 조금씩 보인다. 현재 입주 양해각서를 체결한 곳은 국책기관이 △한국생활환경시험연구원 분원 △한국한의학연구원 분원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분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신약개발지원센터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분원 △식품의약품안전청 사무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분원 등 10개 기관이다. 또 민간기업은 △㈜메디슨 △㈜머젠스 △홉킨스바이오연구센터 △액세스 바이오(미국) △나노 디텍(미국) △㈜EU 헬쓰캐어 △㈜비티오제약 등 10개 업체와 의료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설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가운데 6개 업체는 이미 대구에 임시사무소를 개설했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의료산업진흥재단도 대구시와 호흡을 맞추면서 해외 기업유치 등에 적극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김유승 이사장(61)은 “고급 연구인력은 기업 유치에 큰 매력이므로 최고 수준의 국내외 연구인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의료단지의 방향을 융복합형 의료산업에 맞추면서 곧바로 국제 경쟁력에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치는 대구지만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인 만큼 경북의 연구 및 산업기반을 활용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첨단의료기술과 기기 개발에 필수적인 방사광 가속기가 포항에 있다. 경주에는 양성자가속기가 들어설 예정이다. 또 구미지역 전자산업은 국내 최대 최고 수준인 데다 포스텍을 비롯해 대구와 경북 지역 50여 개 대학에서 배출되는 풍부한 인력 공급도 의료단지의 기반이다. 이들 대학의 의료 관련 학과는 227개다. 의약학 및 생명공화학 분야 교수는 2500여 명, 학생은 1만8000여 명에 이른다. 김영기 첨단의료복합단지 기획팀장은 “단지가 도심권인데다 5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임상시험 등 연구개발 여건이 매우 좋다”며 “여기에다 대구세계육상대회를 통해 대구의 국제 브랜드가 높아지면 의료단지 경쟁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길 의료단지 추진단장“의료산업 메카 뜹니다”


“8월 기공식은 의료단지의 역사적인 출발점입니다. 대구가 의료산업 중심지로 성장하는 씨앗을 뿌리는 것이죠.” 이상길 대구시 첨단의료복합단지추진단장(사진)은 16일 “다음 세대까지 내다보면서 한 걸음씩 튼튼하게 기초를 다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2009년 정부가 의료단지를 지정했을 때부터 추진단을 이끌고 있는 이 단장은 의료단지가 순조롭게 조성될 수 있도록 그동안 보건복지부 등 중앙 부처를 100여 차례 오가면서 정성을 쏟고 있다.

“건물과 시설 같은 하드웨어는 기본이고 그 위에 고급 연구인력과 의료 관련 기업 유치가 중요합니다. 최근 의료산업진흥재단이 체제를 갖춰 대구시와 쌍두마차가 됐습니다. 신약 개발에 얼마나 빨리 성과를 낼 수 있느냐가 최대 과제입니다. 충북 오송의료단지보다 대구에서 먼저 성과를 내도록 기초를 야무지게 다져나갈 작정입니다.” 대구시는 지난달 국내 대표적인 임상 전문업체와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환자 치료용 임상능력은 의료단지 역량에 필수적이다.

이 단장의 마음은 벌써 10년 뒤를 달리고 있다. 의료단지에서 밤낮없이 신약과 첨단의료기기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입주한 의료기업들은 해마다 눈에 띄게 성장하는 꿈이다. 그는 “의료산업의 첨단화는 의료관광을 통해 대구 전체가 의료도시(메디시티)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포함한다”며 “의료단지가 대구의 미래를 열어젖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 모발이식의 성지▼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세계최고 수준 기술 자랑

세계 최고 수준의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를 이끄는 주인공. 왼쪽부터 이창우, 김문규, 김정철(센터장), 이정호 교수.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의 아버지’로 지구촌 의료인들의 존경을 받지만 자신은 대머리 때문에 평생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머리에 포도주와 올리브유, 비둘기 배설물 등을 바르며 온갖 방법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히포크라테스가 살아 있다면 틀림없이 대구를 찾아올 것이다.

대구는 모발이식의 성지(聖地)다. 지금은 많은 병의원에서 대머리를 위한 모발 이식을 하고 있지만 대구는 수준과 권위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이뤘다. 그 중심이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다. 이 센터를 이끄는 슈퍼스타가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김정철 교수(52)다. 20년 동안 털 연구를 통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김 센터장은 모발이식에 관한 한 국내외를 통틀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경북대병원은 1996년 대학병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병원 안에 모발이식센터를 설립했다. 이식수술을 받으려면 3년가량 기다려야 하는 환자들의 스트레스 때문에 올해 1월 도심에 새 둥지를 마련했다. 대구시와 보건복지부, 경북대병원이 35억 원을 들여 마련한 것이다. 모발이식 분야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선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경쟁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구시가 최근 외국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보건복지부의 ‘지역선도 우수의료기술 육성사업’에 선정된 것도 모발이식 덕분이다.

대구 중구 문화동 노보텔 대구시티센터 6층에 아시아 최고 시설을 갖춘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1485m²·450평)는 의료진 4명을 비롯해 의료마케팅 전문가 등 30여 명이 환자를 맞고 있다. 이식을 위해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크게 줄어 이전보다 훨씬 빨리 ‘자연 모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머리 뒤쪽의 모발 수천 가닥을 모판처럼 떼 내 옮겨 심는 지금 방식도 사라질 수 있다. 김 센터장은 머리카락 한 가닥을 복제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바르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돋아나는 약품 개발을 위한 모발 유전자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이 센터는 대구의 의료관광 교두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부가가치가 매우 큰 모발이식과 함께 대구 전체 의료관광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핵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이 센터와 함께 우선 중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다양한 홍보활동을 펴고 있다 김 센터장은 “해외 마케팅을 적극 추진해 ‘모발이식=대구’가 지구촌 브랜드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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