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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I지수로 분석한 학계 현주소/자연계]국내 첫 KCI분석 공개

동아일보
입력 2011-05-18 03:00업데이트 2011-05-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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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 논문 90% 인용횟수 ‘0’… 해외학술지 의존 심화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학술지 수는 인문학의 4분의 1. 인용지수는 사회과학의 3분의 1 수준. 한 번도 인용되지 않은 논문은 10편당 9편. 국내 자연계 논문의 실태를 보여주는 수치다.

▶본보 4월 19일자 A1·3면 참조
A1면 [‘KCI지수’로 분석한…]논문 10편중 8편 한번도 인용…

A3면 [‘KCI지수’로 분석한…]<上> 겉핥기식 평가 틀이 바뀐다


한국연구재단은 학술지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인용지수(IF·Impact Factor)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뒤 인문 사회과학의 KCI 지수를 공개한 데 이어 자연과학 공학 등 자연계 KCI 지수 분석 결과를 17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앞서 인문계에서는 저자 본인조차 참고하지 않는 논문이 10편 중 8편이나 돼 영향력 낮은 논문만을 쏟아낸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연과학 공학 의약학 등 자연계는 이보다 심하다. 국내 학술지에 발표하는 논문의 양과 질 모두 떨어져 학문 토양이 황폐화됐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 인용지수 높은 학술지도 내실은 ‘0’


인문계는 질 낮은 학술지가 문제였지만, 자연계는 그런 학술지 수조차 적었다. KCI 등재 학술지는 2008년 기준으로 자연과학 89종, 공학 188종, 의약학 146종. 인문학(402종)과 사회과학(489종)보다 훨씬 적다.

세계 학술지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한 규모다. 톰슨로이터사(社)의 데이터베이스(JCR)에 등록된 수학 관련 학술지는 539종. 같은 주제의 국내 KCI 등재 학술지는 9종이다. 국내에는 4종뿐인 물리 학술지도 JCR에는 402종이나 있다.

KCI 인용지수도 낮다. 자연과학 논문 1만6290편 중 87%가 저자 본인의 후속 연구에도 인용되지 않았다. 2006∼2007년에 발표된 자연과학 논문의 평균 인용지수는 0.29. 논문 100편당 29번 인용됐다는 얘기다. 세계적 저널은 인용지수가 40을 넘는다.

그나마 평균 인용지수를 높인 논문은 대부분 생활과학 분야에서 나왔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부부갈등 결정요인 연구’(대불대 김오남)가 10번, ‘자아존중감에 대한 외모의 사회문화적 태도와 신체 비만도 및 신체 이미지의 영향’(신라대 홍금희)이 9번으로 가장 많이 인용됐다. 수학 화학 물리학 등 기초 학문에서는 논문 발표도 활발하지 않고 인용지수도 0.1 이하였다.

공학 분야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 KCI 등재 학술지는 188종으로 자연과학 분야보다 많지만 인용지수는 0.16에 그쳤다. 2006∼2007년 발표된 공학 분야 논문 3만976편 중 한 번도 인용되지 않은 논문도 88%나 된다.

같은 기간 의약학 분야에서도 2만2529편의 논문이 발표됐지만 91%가 다른 연구에 인용되지 않았다. 학술지 146종의 평균 인용지수도 0.13으로, 학문 분야별로 가장 낮다.

상대적으로 인용지수가 높은 학술지도 내실을 갖췄다고 보기는 힘들다. 농수해양의 한 학술지는 관련 분야에서 가장 높은 1.25의 인용지수를 보였지만, 저자가 본인 논문을 인용한 경우를 제외하니 인용지수는 0이 됐다.

○ “국내 논문 인용? 논문 가치 떨어져”


학계에서는 자연계의 실적이 이처럼 초라한 이유는 국내 논문을 인정하지 않는 평가 방식 탓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교수 임용 승진 심사는 물론이고 연구 평가에서 국내 논문보다 해외 발표 논문에 점수를 더 주니 국내에서 우수 논문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것.

국내 학술지에 대한 평가도 국내에서 더 인색하다. 생화학분자생물학회에서 발간하는 SCI급 등재지 ‘BMB reports(생화학분자생물학 리포트)’의 해외 인용지수는 2.28로 여느 국제 학술지에 못지않다. 하지만 국내 인용지수는 0.31에 불과하다. 우리 학술지를 국내 학계가 더 외면하는 셈이다.

SCI 등재 학술지 ‘Molecules and Cells(분자와 세포)’를 발간하는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의 최양도 회장(서울대 교수)도 “기회가 될 때마다 우리 학술지 논문을 인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해도 학자들은 논문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국내 학회지가 설 땅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생화학분자생물학회의 이용성 회장(한양대 교수)은 “국내 자연과학계의 연구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부터 해외 논문 발표를 유도했다. 자연계 특성상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했지만 국내 학계를 외면하는 부작용도 낳았다”며 “국내 논문 발표를 활성화하는 것은 모든 학회의 공통된 고민”이라고 전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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