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부산저축은행 특정고 인맥

동아일보 입력 2011-05-11 03:00수정 2011-05-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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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단결이 가장 잘되는 조직은 호남향우회, 고려대교우회, 해병대전우회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영남향우회 충청향우회도 호남향우회 못지않고 연세대동문회도 고려대교우회 못지않다. 어느 사회나 인맥은 중요하지만 선진국일수록 능력이 우선이다. 인맥의 결속력은 규모가 작을수록 강력해진다. 영남보다는 부산이나 대구가, 호남보다는 광주나 전주가, 대학보다는 어느 고교 출신이냐가 중요하다. 고교가 중심이 되면 지역과 결합해 결속력이 극대화되는 현상이 부산저축은행에서도 나타났다.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는 특정고 인맥과 관련이 깊다.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김민영 부산·부산2저축은행장, 오지열 중앙부산저축은행장이 모두 광주일고 선후배 사이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문평기 부산2저축은행 감사도 박 회장의 고교 2년 선배다. 부산저축은행 자금 조달에 참여한 KTB자산운용의 장인환 사장 역시 광주일고 출신이다. 한마디로 특정고 출신이 대주주에 경영진에 감사까지 맡아 ‘우리가 남인겨’를 합창한 금융비리 사건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신뢰(Trust)’에서 가족 중심의 사회와 제도 중심의 사회를 구별한다. 가족 중심의 저(低)신뢰 사회에서는 신뢰가 가족단위를 넘어서지 못하고 중소규모의 가족기업만 번창한다. 이런 사회일수록 국가는 통합을 위해 강력한 관료제 형태를 띤다. 이탈리아가 전형적이다. 제도 중심의 고(高)신뢰 사회에서는 신뢰가 가족 범위를 넘어간다. 가족 이외의 구성원이 고위직을 차지하는 거대 기업은 이런 사회에서 등장한다. 국가보다는 시민사회가 발달하는 것도 이런 사회다. 미국이 전형적이다.

▷한국은 혈연을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지연 학연이 보충하는 사회다. 기업인들이 지분과 함께 경영권까지 자식에게 물려주려 하는 것은 신뢰가 혈연관계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아닌 사람이 차지한 고위직도 지연 학연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후쿠야마는 신뢰 정도가 낮은 사회일수록 부패가 만연한다고 했다. 부패가 만연하니 외부인을 끼워주지 못하고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니 부패가 온존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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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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