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몽준]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 하루가 시급하다

동아일보 입력 2011-04-22 03:00수정 2011-04-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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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프랑스 외규장각 의궤 환수로 해외 반출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정작 국내에 있는 세계적 문화유산은 죽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1971년 발견된 이후 40년간 반복되는 침수와 노출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반구대 암각화 얘기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을 흐르는 태화강 상류 반구대 일대 암벽에 새겨진 선사시대 바위그림이다. 대략 신석기시대 말부터 청동기시대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었다고 한다.

높이 4m, 너비 10m에 이르는 병풍 같은 바위 표면에 육지동물과 바다동물, 그리고 사람들이 사냥하는 장면 등 총 75종 3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이렇게 한곳에 다양한 종류의 많은 동물그림이 새겨져 있는 것도, 육지와 바다동물이 함께 새겨져 있는 것도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여서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 이상으로 귀중한 인류 역사 최고의 유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이처럼 귀중한 역사 유물이 발견되기 전부터 하류에 건설돼 있는 사연댐 때문에 1년 중 8개월은 물에 잠겼다가 4개월은 노출되는 ‘물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2003년 울산시가 의뢰한 모 대학 연구팀이 암각화의 훼손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겠다며 슈미트해머로 전체 암각화면을 189차례나 두드려 훼손을 가속화하는 일까지 있었다.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는 모래가 다져진 사암계열인데, 반복 침수로 풍화 6단계 중 5단계를 넘어 작은 충격에도 무너져 내릴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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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가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김황식 총리가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고 주무장관 주관 대책회의도 수차례 있었다. 그 결과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대책 방향도 도출했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해 울산시는 사연댐 수위를 낮출 경우 앞으로 식수 공급 부족이 예상된다며 먼저 대체 식수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대체 식수 문제에 대구와 경북이 얽히면서 지금까지 보존대책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장래의 식수문제 때문에 당장 우리에게 맡겨진 귀중한 문화유산의 보존이 외면당하는 것이다.

물론 식수는 중요하다. 그러나 반구대 암각화는 단 하나밖에 없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 울산만의 것도, 우리나라만의 것도 아닌 인류의 소중한 재산이다. 또 우리 시대만의 것도 아니고 우리가 소중하게 보존해 후대에 전달해야 할 문화유산이다.

우선 무너져 내리기 직전인 반구대 암각화를 살려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사연댐의 수위부터 무조건 낮춰야 한다. 겨울철에는 반구대 암각화가 모두 드러날 정도로 사연댐의 수위가 낮아졌지만 울산시가 식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진 않다.

중앙정부도 이 귀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데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 특히 울산시에 소형 식수댐을 건설해 사연댐의 대체 식수로 활용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은 쉽게 해결될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 조각의 깊이는 겨우 1∼2mm에 불과한데 이미 바위 표면의 25% 이상이 그보다 깊이 훼손되었다. 지금 반구대에 가서 보면 일반인 눈에는 그냥 뿌옇지만 전문가들이 볼 때는 문자 그대로 무너져 내려 흙이 되어 버리기 직전 상황이다. 비상 대책을 마련해서라도 금년 여름부터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과거 아프가니스탄의 세계적 유물인 바미안 석불이 파괴됐을 때 전 세계가 가슴 아파하며 탈레반의 폭력을 비난했다. 그런 비난이 우리를 향하지 않도록 정부도, 울산시도 깊이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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