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병원에서 ‘살아남기’]<9>“의료사고 의심되면 먼저 무료상담 통해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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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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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 편〈1〉-초기 대응법
판례-유형 많아 상담만으로도 어느정도 예측 가능··· 진료기록 확보해두는 것 중요


《병을 고치러 병원에 갔는데 오히려 병을 얻어왔다면 얼마나 기가 찰까. 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끝없이 이어진다. 의료사고가 의심되는 경우, 환자와 병원의 중재를 위해 만들어진 의료분쟁 조정법이 최근 국회에서 통과돼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권용진 서울대의대 의료정책실 교수(이하 권)와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의료전문 변호사(이하 김)와 함께 의료분쟁의 숨은 진실들을 알아봤다. 첫번째 순서는 의료사고의 초기 대응법.》▽이진한 기자(이하 이)=환자나 보호자들이 ‘이게 의료사고’라고 하는 경우는 주로 어떤 상황인가요?

▽김=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우선 치료후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입니다. 의료분쟁 상담사례를 보면 2000년대 초만 해도 환자들은 이런 상황을 자기 운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의학 정보가 늘어나면서 운명이 아니라 의료진의 탓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둘째는 병원 측과의 대화가 단절된 경우입니다. 의료사고로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 병원 측이 침묵하거나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않을 때 환자 측은 의료사고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다른 병원에 갔더니 ‘나라면 그렇게 수술을 안 했을 텐데’라고 했을 때입니다.

▽권=치료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의사가 설명해 줬더라면 분쟁이 생기지 않았을 사례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요즘처럼 병원들끼리 경쟁을 하다보면 세 번째 경우가 많이 늘어날 것 같은데요. 이런 상황이 되면 환자는 무엇을 챙겨봐야 하나요.

▽김=먼저 주치의에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자세히 설명을 들어봐야 합니다. 의사들은 대부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므로 진료기록부를 먼저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다른 의사에게 물어보거나 소비자원, 법률사무소 등이 제공하는 의료사고 무료 상담을 통해 의료사고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권=무료상담으로만 의료사고 여부를 100% 확인할 수는 없지 않나요? 판례분석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김=이미 의료사고 판례가 너무 많고 유형이 있기 때문에 상담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의료사고인지 아닌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그렇군요. 그럼 의료사고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사망 등 큰 사고가 아니면 병원 측과 합의를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가끔 환자 측이 잘 몰라서 적은 금액으로 합의를 하고 도장을 찍기도 합니다. 가령 사람이 억울하게 사망했는데 치료비 500만원만 받고 합의를 해 준 경우도 있습니다. 합의금이 상식적으로 너무 작으면 합의를 이미 했더라도 무효화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왔습니다.

▽이=환자 입장에선 적당한 합의금을 알기가 힘듭니다. 어떻게 알 수 있는 건가요?

▽김=보상액을 판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무료 상담을 통해 쉽게 알 수 있죠. 나이, 직업, 연봉, 장애 정도 등을 입력하면 대략 금액이 나옵니다. 여기엔 적극적 손해, 소극적 손해, 위자료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적극적인 손해는 환자 측이 돈을 낸 비용인데 치료비, 입원료 등이 해당됩니다. 또 소극적 손해는 내가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동안 일을 못한 것인데 이를 일실손해라고 합니다. 또 위자료는 의료사고로 인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이=의료사고로 의심될 때 우선 환자는 치료비를 낼지 말지가 가장 고민스러운데요?

▽김=대개 환자 측은 치료비를 못 내겠다고 합니다. 환자는 진료비를 지불하지 않고 퇴원할 수 있지만 보통 병원 측이 의료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진료비 청구 소송을 합니다.

▽권=무조건 진료비를 지불하지 않고 퇴원하는 것이 환자에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결국 병원에서 소송하면 환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용이 발생합니다. 과실이 명확하지 않으면 원만하게 합의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가장 좋습니다.

▽이=비용 면에서는 막상 소송을 해봐도 실제 보상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김=대개 소송과정에서 환자들은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위자료가 굉장히 적기 때문이죠. 30년 전 통용됐던 위자료가 최대 5000만원이었는데 지금도 최대 8000만원에 불과합니다. 특히 60세 이상의 환자는 의료사고로 사망해도 일실 손해를 받을 수 없어 더욱 적습니다. 이 때문에 환자 측은 실력행사 등 다른 방법을 통해 보상을 더 받으려 하게 되지요.

▽권=만일 대화가 단절되거나 합의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소송을 바로 내기보다는 한국소비자원, 변호사협회, 시도 의료심사조정위원회 등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환자들이 실제로 의료심사조정위원회를 이용하나요?

▽김=제가 서울시 의료심사조정위원인데 1년에 4번 정도 열리는 것 같습니다. 환자나 병원이나 거의 이용을 하지 않는다고 봐야죠. 다들 몰라서 찾지 않는 것 같아요. 소속 위원들이 지금보다 30분만 더 시간을 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충분히 중재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비용을 감안하고 소송 또는 중재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회엔 소송에서 환자들이 어떻게 하면 유리한지, 병원도 모르는 노하우와 앞으로 생길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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