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죽음… ‘그분의 추억’ 마무리 해드립니다

동아일보 입력 2011-04-05 03:00수정 2011-04-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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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 그늘 ‘고독사’ 급증… 유품정리대행업 아시나요
지난달 30일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유품정리업체 ‘키퍼스코리아’ 직원이 최근 홀로 살다 숨진 김모(가명)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부산=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지난달 30일 부산 남구의 한 아파트. 작업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남성 두 명이 분주하게 집 정리를 하고 있었다. 이 집은 80대 김모(가명) 할아버지가 혼자 살던 곳으로 김 할아버지는 최근 노환으로 숨졌다. 이들은 김 할아버지가 쓰던 옷가지와 사진 약 등을 작은 상자에 담고 가전제품 등은 김 할아버지의 자녀 집으로 보냈다. 일부 유품은 폐기하기 위해 따로 정리했다. 80여 년을 살다 간 김 할아버지의 유품은 가전제품 등 일부 물건을 제외하면 20L 용량의 쓰레기봉투를 다 채우지 못했다.

○ 현대사회의 씁쓸한 자화상 ‘고독사’

김 할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한 곳은 일본 유품정리 전문업체 ‘키퍼스’의 국내 프랜차이즈인 ‘키퍼스코리아’. 이 회사는 최근 혼자 사는 노인이 늘고 홀로 죽음을 맞는 경우도 증가하면서 사망 뒤 집 정리는 물론이고 유품 처리까지 맡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자녀가 있지만 서울과 경남 등 각 지역에 흩어져 살다 보니 장례식을 마친 뒤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모이기가 힘들어 유품정리업체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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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측은 ‘귀중품’이라고 적힌 박스에는 김 할아버지의 사진, 옷가지, 지인 연락처, 빛바랜 할아버지의 어릴 적 사진과 부모 영정, 자녀 결혼 때 받은 비단에 싸인 사주단자 등을 담았다. 냉장고와 가스레인지 등 아직 쓸 만한 가전제품은 희망하는 자녀의 집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일부 귀중품은 자녀들이 받기를 원하면 보내고 원치 않으면 업체 창고에 보관했다가 폐기한다. 나머지 짐은 가정용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혼자 살다 아무도 모르게 집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만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업체도 생겼다. ‘특수청소업’이라는 이름으로 영업 중인 ‘바이오해저드’ 김석훈 대표(36)는 전에 장례식장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2008년에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이제까지 들어온 60여 건 모두 집에서 혼자 살다 아무도 모르게 숨진 사람”이라며 “이 중 40%가 원룸이나 고시원에서 자살한 젊은이이고 나머지 60%는 자연사한 홀몸노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사망한 노인은 대부분 가족과도 연을 끊고 살기 때문에 사망 사실을 상당한 시일이 지난 뒤 알 수밖에 없다. 바이오해저드로 전화가 걸려올 때는 이미 사망한 지 평균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다. 의뢰인도 대부분 집주인이나 고시원 관리자. 이 업체의 경우 49.6m²(약 15평) 기준 200만 원을 받고 집 안 곳곳에 스며든 부패한 시신 냄새를 없애고 살균소독을 한다. 유품은 전염성 폐기물 또는 산업폐기물로 분류해 처분한다.

○ 국내도 증가 추세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도 ‘나 홀로’ 가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는 모두 347만 가구가 1인 가구로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1인 가구에 해당했다. 10년 전인 2000년 226만 가구에 비해 무려 53.5%나 늘어난 것이다.

1인 가구의 저소득, 고령화 현상도 심각하다. 2009년 기준 1인 가구 소득은 전체 가구 대비 43% 수준이며 가구주의 평균 연령도 55세로 평균에 비해 높은 편이다. 소득은 적고 나이는 많은 ‘나 홀로’ 가구의 ‘외로운 죽음’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보다 앞서 고독사(孤獨死)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된 일본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그 한 예가 일본 ‘키퍼스’의 성장세. 2002년 창업한 키퍼스는 현재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내 5개 지점에서 연간 1500건의 고독사를 처리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국내 영업을 시작한 키퍼스코리아도 최근 입소문을 타고 한 달 평균 10여 건의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 기존 이삿짐센터나 폐가전제품 수거업체 중에서도 이런 종류의 사업에 뛰어든 경우가 늘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유품정리업’으로 등록된 업체만도 10여 곳이나 된다.

키퍼스코리아 김석중 대표(42)는 “우리 사회도 고령화가 지속되고 홀로 생활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한 이른바 ‘고독사’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현대사회의 단면일 수도 있겠지만 일을 하면서 마음 한편이 씁쓸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부산=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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