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WINE]백악관 美-中 만찬에 나긋나긋한 워싱턴州 와인이…

동아일보 입력 2011-03-05 03:00수정 2011-03-0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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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나간다는 레스토랑들은 ‘드라이에이징’이라고 불리는 건조 숙성 스테이크를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돼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인 이 스테이크의 특징은 입에서 씹을 때의 질감은 다소 거칠지만 쇠고기 본연의 감칠맛과 풍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인기는 1월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 당시 백악관이 만찬에 내놓은 메인 요리가 건조 숙성한 리브아이(쇠고기의 고급 등심부위)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백악관은 이 스테이크에 어떤 와인을 함께 내놨을까. 중국에서 라피트(프랑스 보르도산 와인)의 인기가 높다고 하지만 국빈 만찬에 프랑스산 와인을 내놓았을 리는 만무하다 싶어 미국 와인, 그중에서도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중심에 두고 후보군을 좁혀 나가던 필자는 다소 의외의 와인 이름과 만나게 됐다.

이날 만찬장에서 선보인 와인은 다름 아닌 ‘퀼세다 크리크 카베르네 소비뇽 2005년산’이었다. 산지는 미국 워싱턴 주다. 물론 이 와인이 최근 권위 있는 와인 전문지로부터 네 번(2002, 2003, 2005, 2007년)이나 100점 만점으로 평가받을 만큼 품질을 인정받았다고는 하지만 백악관이 지극정성으로 준비한 만찬 식탁에까지 오를 줄은 예상 못했다. 게다가 이날 만찬에 제공된 3종의 와인 중 디저트 와인도 워싱턴이 산지라는 사실도 놀라왔다.

워싱턴 주는 캘리포니아의 뒤를 잇는 미국 제2의 와인 산지지만 캘리포니아산 와인의 명성이 워낙 굳건해 그동안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가 어려웠다.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미국 서북부의 끝자락에 자리한 워싱턴 주는 기후가 추운 지대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곳은 북위 46.15도로 세계 최고 와인산지인 보르도(북위 44.5도)나 부르고뉴(북위 47.15) 등과 비슷한 위도상에 있다. 포도가 한창 무르익는 7월 평균기온 역시 보르도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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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워싱턴 주의 연평균 강우량은 200mm에 불과해 보르도(850mm)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수확기 강우량의 차이는 더욱 크다. 따라서 비 때문에 포도 성장에 해가 되진 않을까 걱정하는 보르도와 달리 이곳에선 포도가 완숙되기를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다.

워싱턴 주의 남북으로 뻗은 캐스케이드 산맥의 동쪽과 서쪽의 모습은 완전히 딴판이다. 대부분의 포도밭은 산맥 동쪽에 있는데 해양성 기후인 서쪽과 달리 이곳 기후는 사막을 연상시킬 만큼 1년 내내 비도 얼마 안 내리고 일교차도 상당히 크다. 아시다시피 서늘한 밤 기온은 포도의 산도를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또한 이곳은 여름 일조 시간이 캘리포니아보다 2시간가량 길어서 포도가 서서히 익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곳의 레드와인이 캘리포니아산보다 ‘나긋나긋하며 우아하다’는 평가를 받는 주된 이유다. 워싱턴산 와인의 맛이 궁금하다면 18일 서울에서 열리는 ‘샤토 생 미셸(워싱턴 주 시애틀 인근에 있는 유명 와이너리) 디너’에 참석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현지의 와인 메이커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혜주 와인칼럼니스트
● 이번 주의 와인
콜 솔라레 샤토 생 미셸 & 안티노리


‘빛나는 언덕’이란 뜻을 가진 이 와인은 워싱턴 주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샤토 생 미셸과 이탈리아 와인 명가 안티노리가 합작해 만들었다. 한때 와인 메이커로 이름을 날리며 안티노리의 사장에 오른 렌초 코타렐라가 직접 양조에 참여했다. 첫 빈티지는 1995년으로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7 대 3의 비율로 섞어 만든다. 샤토 생 미셸의 또 다른 조인트 벤처 와인으로는 독일의 닥터 루센과 함께 워싱턴산 리슬링 100%로 만든 ‘에로이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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