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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출산도 양극화… 아예 안낳거나 서너명 낳거나

입력 2011-02-12 03:00업데이트 2011-02-1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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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출생아 증가의 이면 #1. 고위 공무원 이모 씨(49)는 작년 4월 초 늦둥이를 본 뒤 퇴근 시간이 부쩍 빨라졌다.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이 모두 대학생이 되면서 허전해했던 아내(42)도 늦둥이 재롱을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이 씨는 “최근 들어 대학 동기 20명 중 4명이 ‘늦둥이’를 봤다”며 “친구 부부 중에서도 남편이 전문직이고 아내가 전업주부일수록 셋째를 낳거나 낳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2. 결혼 5년차 맞벌이 부부 최모 씨(32·여)는 올해도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다. 설에 친척들로부터 “이제는 낳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성화에 시달리긴 했지만 은행 대출이자와 야간 대학원 학비를 내고 나면 생활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변변한 집 한 채 사기에도 힘든 상황에 출산은 사치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3% 이상 증가했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는 40, 50대 가운데 늦둥이를 본 사람이 늘어난 데 따른 착시 현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작 출산을 해야 하는 젊은층의 출산 기피 현상은 변하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새로 태어난 아이 10명 중 1명 이상이 셋째나 넷째 아이인 것으로 분석됐다. 출산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첫째 아이로 태어난 출생아는 17만330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17만5252명에 비해 1.1% 감소했다. 그러나 전체 출생아 수는 34만94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33만8324명에 비해 3.3%나 늘었다.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해온 월별 출생아 증가율도 지난해 3월 ‘플러스’로 돌아선 뒤 9월에는 10.5%를 기록해 2007년 11월(12.9%) 이후 2년 10개월 만에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매년 전체 출생아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첫째 아이가 줄었는데도 전체 출생아 수가 늘고 있는 것은 셋째 아이 증가율이 워낙 거세기 때문이다. 지난해 1∼9월 셋째 아이 이상은 3만7037명으로 전년 1∼9월의 3만1802명에 비해 16.5%나 늘며 출생아 수 증가를 이끌었다. 그 덕분에 전체 출생아 가운데 셋째 아이 이상의 비중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출산순위별 구성비’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태어난 신생아 중 10.6%가 셋째나 넷째 등 셋째 아이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탁 교수(산부인과)는 “예전에는 아들을 낳기 위한 셋째 출산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순수하게 셋째나 넷째 아이를 원해 정관복원수술까지 받으며 적극적으로 출산에 나서는 여유 있는 중장년층이 많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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