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LG-KT 두 대기업 총수의 주문

동아일보 입력 2011-01-31 03:00수정 2011-01-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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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독해져라”

사방이 꽁꽁 얼어붙은 28일 오후 10시. 경기 이천시 LG인화원에는 땀으로 범벅이 된 젊은이들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뛰어 들어왔다. 17일부터 시작된 13일간의 신입사원 연수 중 핵심인 ‘LG AT(액션 트레이닝)’를 마친 915명의 새내기였다. 올해부터 ‘치열함’을 강조하며 독하게 경쟁할 것을 주문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지침은 이번 신입사원 교육에서 가장 먼저 적용됐다. 강한 의지와 ‘악바리 근성’에 대한 평가가 강화된 것. 특히 독해진 것이 LG AT였다. 예년에는 인화원 인근 40km를 걷는 행군이었지만 올해는 평지 20km와 산악 20km를 질주하면서 6개 지점마다 2∼4개씩 주어진 고난도 임무를 해결해야 했다. 10여 명씩 팀을 이뤄 한 사람도 낙오해서는 안 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강조한 ‘치열함’의 첫 번째 대상이 된 것은 신입사원 트레이닝이었다. 28일 열린 ‘LG AT’프로그램에 참여한 신입사원들이 겨울 산을 오르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사진 제공 LG그룹
출발부터 살벌했다. 암호문과 영어 사칙연산 등을 풀어야 출발할 수 있었기 때문. 팀이 1등을 한 LG전자 신입사원 김종룡 씨(28)는 “출발이 빠른 덕분에 점심·저녁식사 때 다른 팀보다 더 쉴 수 있었다. 늦은 팀은 밥 먹고 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신입사원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남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LG전자 신입사원 김남희 씨(25·여)는 “군대에서도 행군은 걷는다고 들었는데 여기서는 계속 뛰기만 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씨는 29일 퇴소식 이후 기다시피해서 집에 돌아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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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점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점에서는 사원들이 양말을 벗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단체 줄넘기 도구로 비닐끈이 주어지는 바람에 양말이나 장갑을 추로 매달아 줄을 넘은 것. 산악훈련을 마친 이들은 경쟁사에 비해 부드럽게만 보았던 LG의 속모습에 놀랐다고 입을 모았다. LG화학 신입사원 이주혁(28) 씨는 “해병대 출신인데도 AT가 정말 힘들었다”면서 “교육과정이 전반적으로 개인별, 조별, 반별 경쟁을 시켜 점수를 매기고 1등에게는 배지나 스티커를 지급해 경쟁심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LG의 ‘치열함 강조’는 올해 새로 승진한 임원들에게도 이어졌다. 구 회장은 27일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신임 임원 93명과 만찬을 하고 “우리 LG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 주도적으로 사업에 몰입하고 치열하게 일해서 시장을 선도하자”고 말했다. 구 회장은 즐겁게 일할 것과 협력회사와 갑을 관계가 아닌 동반성장을 꾀할 것도 주문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이석채 KT회장
이석채 KT회장 “독특하라”

조명이 꺼지고 무대 위에는 20여 개의 촛불이 켜졌다. 저승사자 복장을 한 4명의 남자가 4개의 관을 차례로 무대에 올렸다. 저승사자들은 강당에 앉아 있는 129명 사이를 돌아다니다 4명을 지목했다. 부름을 받은 4명은 수의를 입고 곡소리가 들리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 관에 들어갔다.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KT가 사상 최고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28일, 이석채 회장과 김구현 노조위원장 등 KT의 상무 이상 임원 97명 전원과 노조간부 32명은 대전 인재개발원에서 특별한 교육을 받았다. KT의 임원과 노조간부 전원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KT의 임원과 노조간부들은 28일 대전 인재개발원에서 사내 혁신교육 프로그램인 “오 해피 데이. 기적의 1박2일”을 체험했다. 게임과 파티소품을 이용한 ‘황홀한 소통’ 프로그램. 사진 제공 KT
28일부터 1박 2일 동안 이뤄진 이 혁신교육의 제목은 ‘오 해피 데이, 기적의 1박2일’. 1박 2일 동안 회사에 관련된 얘기나 영업, 전략 등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교육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체험에 가까웠다. 평균 나이가 52세인 참석자들은 미친듯이 춤추고 울고 웃다가 죽음까지 체험한 뒤 다시 태어났다. 크게 웃는 법부터 배웠고 식사를 할 때는 “잘 먹겠습니다. 하하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교육은 가수 ‘도시아이들’의 노래 ‘달빛 창가에서’를 들으며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다가 포크댄스를 추는 ‘춤 치유’와 각종 게임을 즐기는 ‘황홀한 소통’,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멘털 체인지’, 그리고 유서를 쓴 뒤 관에 들어가 누워보는 ‘임사(臨死)체험’ 등으로 이뤄졌다. 20년 전 한때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행했던 임사체험이 부활한 셈이다.

KT 홈고객부문장인 서유열 사장은 “일을 잘하자는 취지보다는 사기를 높이고 자존감을 높여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노조의 허진 교육선전실장은 “경직돼 있는 조직문화를 생동감 넘치고 화합을 이루는 문화로 바꿔 노사가 서로 배려하고 공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육은 원래 시장이 정체돼 있는 홈고객(유선사업)부문의 직원들을 위해 개발됐다.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 하락세로 접어든 사업의 영업을 하다 보니 열등감이 생기고 마음의 병이 든 직원이 많아졌다. 하지만 영업사원 6500명이 이 교육을 받은 뒤 열등감은 자존감으로 바뀌었다. KT의 초고속인터넷 순증 고객(신규가입자에서 해지가입자를 뺀 수치)은 2009년 24만 명에서 2010년 47만 명으로 2배로 늘었다. 현재 전체 가입자는 740만 명이다.

대전=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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