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우주생물 실험 하느라… 생물학자 다 됐죠”

  • Array
  • 입력 2011년 1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 대한민국 첫 우주인 이소연 씨 인터뷰

“예쁜꼬마선충 키우느라 정신없어요. 처음엔 시간 맞춰 밥 주고, 온도·습도 정확히 지켜줬는데도 죄다 죽더라고요. ‘손 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죠. 이젠 제법 잘 자랍니다.”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선임연구원(33·사진)은 지난해 말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요즘 생물학자가 다 됐다”며 활짝 웃었다. 이 연구원은 2008년 4월 우리나라 첫 우주인으로 우주에 다녀온 뒤 대중강연 등 외부 활동으로 바쁘게 보냈다. 그에게 2010년은 ‘유명인 이소연’에서 ‘우주과학자’ ‘교수’ ‘기부천사’로 변신하기 위해 애를 쓴 한 해였다.

“연구과제로 ‘한국형 유인우주프로그램 운영사업’을 하고 있어요. 우주에서 할 수 있는 실험을 개발하는 일이죠. 우선 어떤 생물을 우주에 올려 보내는 게 가장 적합할지 결정하려고 합니다.”

멤스(MEMS·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를 전공한 기계공학도가 생물 실험을 설계하려니 막막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4월 모교인 KAIST를 찾아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 연구원은 “초파리나 쥐는 우주에서 조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잘 안 죽고 번식력이 뛰어난 ‘예쁜꼬마선충’을 택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구실 회의 탁자 앞에 예쁜꼬마선충 ‘집’을 마련했지만 항우연 내부에 우주 실험을 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 이 연구원은 6개월여 동안 KAIST,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을 돌아다니며 ‘동냥 실험’을 했다. 그는 “(2011년) 상반기에는 우주 실험에 사용할 생물의 종류를 결정하고 실험 내용의 윤곽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KAIST에서 ‘과학기술, 우주 그리고 사회’라는 과목을 맡아 교수로 데뷔했다. 학생 20명의 소규모 강의를 할 생각이었지만 80명이 몰려드는 바람에 대형 강의로 바뀌었다. 종강한 지 얼마 안 돼서인지 인터뷰 중에도 이 연구원의 얼굴에는 마지막 수업의 감동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80명을 24조로 나눠 각 조가 고안한 ‘루브 골드버그 장치’ 24개를 모두 연결해 1조부터 마지막 조까지 쇠공을 전달하는 드라마틱한 실험을 했어요. 10시간에 걸친 마지막 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이 자리를 뜨지 않을 만큼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루브 골드버그 장치는 매우 복잡한 기기들을 얽히고설키게 조합해 단순한 일을 처리하는 기계를 말한다. 이 박사는 24개 팀이 각자 만든 장치를 성공적으로 연결하게 함으로써 ‘소통’의 의미를 알려주려고 했다.

이 연구원은 기부를 해온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2008년 대전의 한 교회에서 케냐 지라니어린이합창단의 공연을 본 뒤 합창단에서 알토 겸 드럼을 맡고 있는 라우렌스 군의 학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는 라운렌스 군이 케냐의 사립 고등학교에 2등으로 합격했지만 학비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후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두 번째 우주비행에 대한 꿈도 꾸고 있다. 그는 “중국의 첫 우주인 양리웨이를 두 번 만났는데 중국 우주선을 타고 우주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왔다”며 “우주에서 내가 설계한 우주 실험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