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의심소 이미 시중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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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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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한우 3마리 서울서 도축후 판매, 전국 확산 우려… 익혀 먹으면 문제 없어

구제역이 발생한 경북 봉화 한우농장의 한우 9마리가 서울 송파구 가락동 축산물공판장에서 이미 도축됐고, 이 중 3마리는 시중에 유통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소멸 국면에 접어들던 구제역이 이미 전국적으로 확산됐을 가능성도 있어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2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8일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봉화의 한 한우농장은 4일 한우 9마리를 가락동 축산물공판장에 판매했다. 농식품부는 “해당 농장에서 구제역 감염 사실을 모르고 출하한 소 9마리가 7일 도축됐다”며 “이 중 3마리는 이미 경매를 통해 판매됐고, 남아 있던 6마리는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농식품부는 쇠고기 이력관리 시스템을 통해 유통된 3마리의 경로추적에 나서 이 중 1마리가 서울 성북구의 한 정육점으로 판매된 것을 확인하고 밀봉 조치했다. 나머지 2마리는 인천, 경기 지역으로 판매된 것을 확인하고 경로추적에 나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축 전 수의사의 임상 검진을 거치는데, 7일 검진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어 도축을 실시했다”며 “(구제역 확산) 예방 차원에서 회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구제역은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구제역에 걸린 쇠고기도 익혀 먹으면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구제역 의심 유통 쇠고기 긴급회수” ▼
당국, 이력관리시스템 가동… 3마리 중 1마리 확인 밀봉


문제는 봉화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서울로 옮아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봉화에서 서울까지 운반, 도축 및 유통과정에서 공판장은 물론이고 공판장을 드나든 다른 차량을 통해 전혀 예상치 못한 지역으로 번졌을 수 있기 때문에 방역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차량의 바퀴, 사람의 옷을 타고도 전파된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최근 공판장을 드나든 차량에 대한 소독을 해왔고, 9일에도 축산물공판장에 대한 방역을 했다”며 “차량 이동 등 봉화 농장과 관련한 역학조사도 함께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통상 구제역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2주 정도로 50도 이상에서 자연 소멸된다.

한편 최초의 구제역 신고는 지난달 26일이 아닌 23일에 접수된 사실도 드러났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번 구제역의 최초 발생지점인 경북 안동시 와룡면 서현양돈단지 내 농장의 농장주 A 씨는 지난달 23일 농장의 어미 돼지들이 잘 일어나지 못하자 경북 가축위생사업소 북부지소에 신고했다. 위생사업소는 구제역 간이검사를 한 결과 음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6일 양돈단지의 또 다른 농장주 B 씨는 돼지들이 갑자기 폐사하자 재차 시험소에 신고했고, 28일에는 직접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신고했다. 26일 간이검사에서는 음성으로 나타났지만 수과원의 정밀조사에서는 양성으로 판명됐다.

결국 23일 신고 이후 29일 최종 확진 판정까지 6일간의 공백이 발생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안동 지역 축산 농가들은 “곧바로 정밀검사를 의뢰하는 등 초동 조치를 좀 더 강화했다면 구제역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북도 축산 관계자는 “간이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일단 지켜보면서 다음 조치를 취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두 번의 신고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초동 조치 미흡 논란과 관련해 경북도에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구제역 발생 직후 현장을 찾은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이 “경북도는 구제역 경험이 없으니 농식품부 본부와 수과원이 긴밀히 협조하라”며 축산국장과 수과원장이 직접 안동 현장에서 방역 대책을 챙길 것을 지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한편 10일 접수된 경북 영주시 적서동 한우농가의 의심신고도 수과원의 정밀 조사 결과 양성으로 판명됐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지금까지 45건의 신고 중 32건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발생 지역은 경북 안동, 예천, 영양, 봉화, 영주, 영덕 등 6곳이다.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도살 처분 규모는 14만2784마리로 역대 최고였던 2002년(16만155마리)에 이어 두 번째다. 그러나 앞서 발생한 올해 1월 포천(5956마리), 4월 강화(4만9874마리)까지 포함하면 올 한 해에만 구제역으로 20여만 마리가 도살 처분돼 사상 최대가 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안동=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동영상=구제역 확산방지를 위한 방제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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