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전쟁’ 이후]‘충돌 여야’ 진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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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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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장외투쟁 나서긴 했지만…” 한나라 “개헌이슈로 돌려야 하는데…”

《8일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을 강행 처리한 뒤 후폭풍이 만만찮다. 민주당은 9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어 대정부 장외투쟁을 결의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설 태세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예산 처리 강행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개헌론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등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여야가 세밑 정국의 주도권을 놓고 힘겨루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민주당 “MB정부 심판”… 일각 “식상한 방식” 우려
박지원 “그 따위 짓… 바지 의장 사퇴해야”


주먹 치켜든 박지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같은 당 강기정 의원이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에게 맞아 부상을 당했다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주먹 치켜든 박지원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같은 당 강기정 의원이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에게 맞아 부상을 당했다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여당의 새해 예산안 및 쟁점법안 강행처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민주당은 거리로 나가 본격적인 ‘대국민 여론전’에 들어갔다. 손학규 대표는 9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민주당은 이곳에서 13일까지 100시간 동안 ‘여당 단독처리 예산안·법안 무효화’를 위한 대국민서명운동을 벌인 뒤 권역별 대의원대회를 열어 정권 규탄 분위기를 전국으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 민주당 ‘다시 거리로’

정기국회가 끝난 상황에서 민주당이 선택할 카드는 ‘장외투쟁’밖에 없었다.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에게 12, 1월 두 달간 ‘해외 일정 금지령’을 내리고 당 행사에 전원 참석할 것을 요청했다.

민주당은 원내투쟁도 병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국회 보이콧’은 여론의 지지를 얻지도 못하고 원내에 복귀할 명분을 찾기도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전날 통과된 ‘친수구역활용 특별법’ 등 일부 법에 대해 폐기 또는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총리실 불법 사찰 등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 요구도 이어갈 방침이다.

민주당 핵심당직자는 “이번 기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안 폐기 운동과 함께 야권의 우호적인 세력이 결집하면 ‘제2의 촛불집회’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다른 당직자는 “지난해부터 장외투쟁으로 지지도가 올라간 적이 없다. 국민이 식상해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바지의장’ 박희태, 사퇴하라”

민주당은 박희태 국회의장을 향해 비난을 퍼부으며 사퇴를 요구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공천에 떨어지고 보궐선거 하나 얻어가지고 겨우 당선돼 의장시키니까 ‘바지의장’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박 의장에게는 ‘님’자는커녕 존경을 표하는 말은 다 빼고 막말로 지적하겠다”며 “바지의장 물러가라. 그 따위 짓 하는 의장, 국회를 위해서도 필요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고위정책회의와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의 강행처리를 막지 못한 점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동료 의원들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비례대표)은 이날 “환경운동가 출신으로서 4대강 예산 날치기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의원직 사퇴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의원직 사퇴서는 회기 중엔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회기가 아닐 땐 의장이 수리해야 처리된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 한나라당 안상수 “정치선진화” 이재오 “객토” 또 제기
정국 시끄러워질 가능성에 당내 이견도 변수


생각에 잠긴 김무성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해 “최선은 아니었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을 위한 차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생각에 잠긴 김무성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심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해 “최선은 아니었지만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을 위한 차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여권이 국회에서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자마자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이며 발 빠르게 이슈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엔 민주당의 ‘예산안 강행처리’ 비판 공세에 개의치 않고 정국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근본적인 개혁과제들을 다뤄 나가야 한다”며 “개헌, 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 선진화와 국회 선진화 현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이날 한반도선진화재단 초청 특강에서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장관은 우선 여야 의원들이 몸싸움을 벌인 데 대해 “난장판으로 정치 의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면 정치의 토양이 부실한 것이다. 객토(客土)를 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대통령 단임제가 시작된 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본인이나 가족이 부패 혐의와 관련됐다. 모든 권한과 책임을 다 가지고 있어서다”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날 특강에서 개헌의 방향으로 4년 중임제의 대통령이 외교 통일 국방의 외치(外治)를 담당하고 국회 다수 정당의 수장이 내치(內治)를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또 개헌 시기에 대해선 “내년 상반기에 해야 한다”고 말했고, 개헌을 반대하는 야당에 대해선 “정치권에 있는 사람은 (개헌과)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 의견을 모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권 내에선 개헌 드라이브에 회의적인 의견도 만만찮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과거 개헌을 한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개헌을 한다면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시킬지 말지, 다른 사안도 건드릴지 말지 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며 개헌에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개헌 이슈가 불러올 정치논쟁을 감안하면 내년 정국이 시끄러울 것”이라고 말했고, 기자들이 ‘개헌은 대통령 집권 4년차에 일할 분위기와 배치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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