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컬트 와인’ 희귀함에… 그 색다른 맛에… 와인 마니아들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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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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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컬트 와인’ 오너들, 고급화 추세와 맞물려 잇단 방한

내파 밸리의 ‘5대 컬트 와인’ 중 하나로 꼽히는 ‘콜긴’의 생산자 앤 콜긴. 사진제공 나라식품
내파 밸리의 ‘5대 컬트 와인’ 중 하나로 꼽히는 ‘콜긴’의 생산자 앤 콜긴. 사진제공 나라식품
최근 ‘컬트 와인(소량 생산되는 최고급 와인)’으로 불릴 만한 와인을 생산하는 미국의 와이너리 오너들이 잇달아 한국을 방문했다. ‘콜긴’ 와인을 생산하는 콜긴 셀러스의 앤 콜긴 대표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엠뷸네오’의 그레그 린 대표가 방한해 각각 1일과 2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두 와인 모두 수준이 높고 희소성을 강조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그러나 두 와인의 성격은 상당히 다르다. 콜긴이 전통적인 의미의 내파 밸리 컬트 와인이라면 앰뷸네오는 컬트 와인의 외연을 넓혔을 때 이에 해당하는 와인이다.

어쨌든 이들의 방한은 최근 국내 와인 유통산업의 동향과 관련이 있다. 요즈음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고조되는 고급 와인에 대한 관심과 수요, 또 이를 겨냥한 와인 유통업계의 발 빠른 움직임이 반영된 것이다.

○ 컬트 와인이 뭐기에?

컽트 와인의 정의는 분분하다. 컬트 와인의 범위조차 딱히 규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숭배’나 ‘추종’의 뜻을 지닌 컬트(cult)라는 단어에서 컬트 와인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희소성이 있어서 소수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와인.

처음에는 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 특히 내파 밸리의 최고급 와인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와인을 만드는 품종도 레드 와인의 경우 카베르네 소비뇽에 국한됐다. 하지만 요즘에는 내파는 물론 캘리포니아 주 전역을 통틀어 소량 생산되는 고품질의 와인을 지칭하는 말로 정의가 확대됐다. 품종도 카베르네 소비뇽에서 시라, 메를로, 피노누아르, 샤르도네 등으로 확대됐다.

와인평론가 김혜주 씨는 “컬트 와인이라는 이름은 1980년대 ‘오퍼스 원’을 시작으로 발전한 와인을 지칭하지만 요즘은 더 이상 오퍼스 원을 컬트 와인으로 부르지 않는다”며 컬트 와인의 변화를 설명했다. 현재 ‘내파의 5대 컬트 와인’으로는 콜긴을 비롯해 ‘스크리밍 이글’과 ‘할란 에스테이트’ ‘브라이언트 패밀리’ ‘아로호’가 꼽힌다.

전통적 의미의 컬트 와인은 대부분 고가여서 그 자체로 ‘투자 상품’의 성격을 띠기도 한다. 스크리밍 이글의 1992년 빈티지(로버트 파커 포인트 100점)는 2000년 경매에서 매그넘 사이즈(1.5L) 6병이 50만 달러에 낙찰됐다. 콜긴의 국내 판매 가격도 제품에 따라 1병에 100만 원을 넘는다.

○ 변화하는 와인 트렌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품종인 피노누아르로 만든 와인 ‘앰뷸네오’의 생산자인 그레그 린. 사진 제공 와인나라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품종인 피노누아르로 만든 와인 ‘앰뷸네오’의 생산자인 그레그 린. 사진 제공 와인나라
그렇다면 왜 국내 와인 유통업계는 컬트 와인에 주목하는 것일까. 2000년대 초반부터 불어온 와인의 ‘대중화’ 바람은 국내 와인 유통 산업을 키우는 데 한몫을 했다. 와인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편의점에서 팔리기 시작하면서 와인을 즐기는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대중적인 와인에 만족하지 못한 일부 와인 애호가는 자연스럽게 고가(高價) 와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철형 와인나라 대표는 “최근 와인의 판매량은 답보하고 있지만 와인나라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병당 평균 판매 단가는 2008년 4만8000원에서 2009년 5만6000원, 2010년 6만5000원 등으로 점점 비싸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고가 와인 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 컬트 와인이다.

컬트 와인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와인 애호가들의 취향도 변하고 있다. 내파의 카베르네 소비뇽을 고집하기보다는 다른 산지, 다른 품종의 와인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파커 씨는 2004년에 “콘트라 코스타에서 샌타바버라에 이르는 캘리포니아의 중부 해안이 내파와 소노마에 대항하는 와인 산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지역의 서늘한 바람은 부르고뉴 품종인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르 재배에 더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소노마 와인 가운데에서도 ‘마르카생’은 피노누아르와 샤르도네를 주로 생산하는 컬트 와인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중부 해안 지역의 컬트 와인으로는 화이트 퀴베와 시라 품종의 와인을 만드는 ‘시네 콰논’이 유명하다.

와인나라가 빈티지별로 144병(12케이스)만 수입해 판매하는 앰뷸네오 블독도 관심을 모으는 중부 해안 지역(샌타바버라)의 피노누아르 와인이다. 소량 생산(빈티지별 200∼600케이스)이지만 상대적으로 가격(국내 판매가 18만7000원)이 싼 것이 장점이다. 2004년 처음 출시한 제품이 파커 포인트 95점을 받았다. 2005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와인 메이커이자 유통업자인 안젤로 가야가 독점 수입을 제안해 인기를 얻었다. 파커 씨가 2008년 ‘부르고뉴 와인을 잊게 만든 캘리포니아 피노누아르’ 15종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다. 유명 와인 컬렉터인 치과의사 김재찬 박사는 “마르카생에 뒤지지 않는 품질”이라고 평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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