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꼬이는 對中외교 ‘냉가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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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중국이 보이고 있는 중립적 태도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사고는 북한이 쳤는데 중국이 대신 ‘욕’을 먹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에서도 중국의 ‘북한 감싸기’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중국은 대체 왜 책임 있는 역할을 해 달라는 국제사회의 강한 압력에도 북한을 비호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 것일까.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은 북-중 ‘혈맹관계’에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일까.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방한을 전후한 중국의 태도는 외견상 ‘대국의 오만함’을 연상케 했다는 지적이 많다. 다이 국무위원이 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을 2시간가량 면담한 뒤 5시간 만에 중국이 내놓은 한반도 위기 해법은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 협의’였다. 갑자기 방한해 이 대통령을 만나게 해 달라고 해놓고는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는 이 대통령의 분명한 태도 표명에도 불구하고 뒤통수를 친 모양새가 됐다.

이는 4월 30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이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나 사흘 뒤로 예정됐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격 방중에 대한 귀띔을 전해 듣지 못했던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당시에도 국내에선 ‘굴욕 외교’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중국의 이런 행보에 정부는 “중국도 나름대로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 당국자는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방한한 인사이기 때문에 우리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요구한 것을 결례라고 하기는 어렵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전날 저녁 충분히 사전 협의를 했기 때문에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했지만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중국의 ‘북한 비호’는 한반도 현상유지 전략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핵개발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북한이 붕괴되는 상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북한과의 역사적 ‘혈맹’ 관계 때문에 북한을 무조건 적으로 감싸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보루’인 중국마저 북한을 외면할 경우 외딴 길에 몰린 북한 정권이 고립감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내에도 북한을 ‘성가신 이웃’으로 보는 젊은 지도층이 늘고 있다”며 “중국도 내심 열 받아 있지만 드러내놓고 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이 국무위원의 방한 메시지도 북한 때문에 한국과의 관계를 해치고 싶지 않다는 한중관계 중시 차원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한반도 안보위기가 터질 때마다 한국과 중국이 심도 깊은 대화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북한은 2012년 강성대국 선포를 목표로 핵개발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고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적지 않은 만큼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중국의 역할이 향후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라는 데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은 천안함 사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달래는 것이 오히려 한국을 위한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언급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중국이 당분간 외교적인 유연성을 보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외교 채널이 그리 탄탄하지 못한 우리 정부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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