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도발]연평도 주민들 하나둘씩 복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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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격 이후 처음으로 꽃게 출하

“새우젓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돼요.” “그래도 팍팍 넣어야 맛있다니까요.”

포탄 맞은 이웃집이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마당에 속이 꽉 찬 배추 60포기가 나왔다. 무 생강 새우젓 고춧가루 등 갖가지 김장재료도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지난달 23일 북한의 포격 도발로 ‘유령섬’이 되다시피 했던 연평도가 포격 일주일이 지나면서 조금씩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연평도 주민 이기옥 씨(50·여)는 텃밭에서 뽑아둔 배추 60포기가 썩어간다는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김장 담그기에 나섰다. 전날 아들을 만나기 위해 연평도에 온 공중보건의 이성묵 씨의 어머니 손인선 씨(50)도 일손을 보탰다.

30일 인천으로 피신한 주민 일부가 여객선과 어선을 타고 다시 들어오는 등 연평도는 포격 직후의 ‘쇼크’에서 다소 벗어난 모습이다. 이날 여객선편으로 들어온 주민 17명 중 12명이 섬에 남았다. 섬에 머무르는 주민은 지난달 28일 31명에서 29일 36명으로, 30일에는 54명으로 늘었다. 섬에 돌아온 한 주민은 “꽃게를 잡으려고 미리 설치한 어망을 걷기 위해 들어왔다”며 “다른 꽃게잡이 어민들도 어망 수거를 위해 섬을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연평면사무소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면 섬으로 돌아오는 주민이 좀 더 늘 것 같다”고 했다.

연평도산 꽃게가 포격 이후 처음 섬 밖으로 출하되기도 했다. 꽃게 판매업자인 김정희 씨(45)는 이날 인천의 거래처에 11박스 90kg 분량의 꽃게를 여객선편으로 보냈다. 연평도 당섬나루에서 만난 김 씨는 “원래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지만 거래처에서 소량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해 보냈다”며 “이 꽃게가 ‘연평도 꽃게’의 이름을 달고 전국 각지로 나갈 생각을 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을 우려하는 주민도 적지 않아 연평도가 예전의 모습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섬에 머물고 있는 최고령 주민인 이유성 씨(83)는 “30일 예정됐다가 취소된 우리 군의 사격훈련이 조만간 다시 실시된다고 하는데, 북한이 오판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남북 간 대치상황이 풀려야 주민들도 안심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원들은 군과 행정 당국이 섬을 떠나 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 이날 오전 마지막 급식봉사를 마치고 인천으로 떠났다. 적십자사와 함께 임시 주택 15동을 짓던 전국재해구호협회 관계자 12명도 이날 함께 인천으로 향했다.

연평도=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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