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토레 페라가모 “페라가모家 사명감 갖고 와이너리 일궈”

동아일보 입력 2010-11-18 03:00수정 2010-11-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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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와인회사 ‘일보로’ 대표 《 “와인 사업은 제로(0)에서 시작하는 일이었기에 오너가 사명감을 갖고 직접 일궈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힘겹지만 그만큼 가능성이 크니까요.” 1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만난 이탈리아 와인회사 ‘일보로’의 살바토레 페라가모 대표(39)는 동아일보와 두 시간여 인터뷰를 하면서 “오너가 사명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의 할아버지는 1928년 이탈리아에서 구두회사로 시작해 세계적 명품 회사가 된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창업주인 고 살바토레 페라가모다. 아버지는 현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회장인 페루초 페라가모 씨. 페라가모 대표는 페라가모 창업주의 장손인 로열 서열이지만 연매출 10억 유로(약 1조5000억 원)의 거대 명품 회사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아닌 일보로 등 4개의 와인&리조트 회사(연매출 500만 유로, 약 75억 원)를 맡고 있다. 》
한국을 방문한 것도 그가 만드는 와인 4종을 플라자호텔에 단독으로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페라가모 창업자의 장손은 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와인 사업을 할까.

○엄격한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 요건

일보로 등 그의 와인회사들은 범페라가모 그룹이긴 하나 페라가모와는 별개다. 페라가모는 80년 가족경영의 전통을 깨고 2006년 패션회사 ‘발렌티노’ 매니징디렉터 출신의 미켈레 노르사 씨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당시 실망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탈리아 명품회사 ‘살바토레 페라가모’ 창업주의 동명 장손인 살바토레 페라가모 씨가 16일 자신이 만든 ‘프리마 피에트라’ 와인에 친필 사인을 하고 있다.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단독으로 판매되는 와인 중 100여 병의 라벨엔 이 친필 사인이 담겨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아니요, 전혀요. 패션 부동산 호텔 향수 등 네 가지 사업 영역을 거느린 페라가모는 16명의 친척이 지분을 나눠 갖고 20여 명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 그는 친절하게도 종이에 거미줄 모양의 페라가모 가계도를 직접 그리기 시작했다. 가족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기에 “그만하면 됐다”고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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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 회장인 할머니(완다 페라가모 씨)와 회장인 아버지는 오너의 경영 참여에 뚜렷한 원칙을 고집합니다. ‘석사 이상의 학력으로 다른 회사에서 3년 이상 경력을 쌓을 것. 무엇보다 가장 잘하는 것,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할 것.’ 그 점에서 제게는 와인이 가장 잘 맞았습니다.”

페라가모의 가죽 사업을 총괄하는 쌍둥이 동생 제임스 페라가모 씨는 그와 함께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했다. 졸업 후 페라가모 대표가 컨설팅회사인 KPMG에서 일한 반면에 동생 제임스 씨는 뉴욕 삭스피프스애비뉴 백화점에서 일했다. “쌍둥이라도 갈 길이 다른 거죠. 가족끼리 자리 욕심을 내면 기업 가치를 올리기 어려울 테니까요.”

서열과 관계없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맡긴다는 뚜렷한 페라가모 가문의 경영철학은 서로 비중 있는 사업부문을 차지하려고 형제끼리 다투는 일이 잦은 국내 재계 가문과 대비됐다.

○럭셔리가 와인과 만나는 이유

2003년 기자는 이탈리아 아레초의 일보로 와이너리에 있는 그의 집을 취재한 적이 있다. 이탈리아의 명가(名家) 메디치 가문의 땅(700ha)을 페라가모 가문이 1993년 사들여 1999년 첫 일보로 와인을 내놓은 곳이다. 페라가모 대표는 황무지였던 그곳을 아름답게 ‘재건’하고 최고급 스파와 미슐랭가이드 레스토랑을 갖춘 리조트까지 지어 ‘농촌체험관광(agritourism)’의 표본을 제시했다. 당시 그는 오너의 엄숙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언행으로 포도밭을 가꾸는 데 여념이 없었다.
▼ “럭셔리와 와인의 공통점? 정성 다해 명성 지키는거죠” ▼

페라가모 가문은 이후 ‘리파르벨라’와 ‘포데레 가우지올레’ ‘카스티글리온 델 보스코’ 등 3개의 와이너리를 더 사들여 그에게 맡겼다.

그는 현재 와이너리 4곳에서 11가지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이번에 한국에 소개되는 리파르벨라의 ‘프리마 피에트라’는 첫 빈티지가 2007년인 ‘신참’ 와인인데도 이미 ‘슈퍼 투스칸’(사시카이아, 티냐넬로 등 토스카나 지방의 고품격 와인을 지칭하는 말)으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와이너리를 매입해 운영하는 럭셔리 그룹은 페라가모뿐 아니다. 프랑스 ‘샤넬’과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이탈리아 ‘토즈’도 있다. 페라가모 대표는 “럭셔리와 와인은 정성을 다해 브랜드 명성을 유지하는 공통점이 있다”며 “투자도, 일도 많이 해야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서도 페라가모가 진정한 명품으로 기억되도록 고품질 와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인상적인 그의 비취색 눈빛이 그윽하게 빛났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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